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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칼럼 6월] 퇴행의 시간

퇴행의 시간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이한성

 

 

  상담을 하다보면 참 다양한 이야기들을 듣게 됩니다. 사고를 당한다든지, 큰 사기를 당했다든지, 병에 걸렸다든지요. 어디가서 이야기를 할 수도 없었던, 힘든 이야기들을 듣다보면 ‘이런 기구한 일도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요. 특히 내담자들은 본인에게 들이닥친 시련의 시간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이런 일이 왜 나한테 일어났는지 모르겠어요’라고 호소하곤 합니다. 내 인생은 망했다, 시간을 낭비했다, 남들보다 뒤쳐졌다는 생각이 들면서 조바심과 허무함, 우울감이 밀려든다고요. 외부의 시각에서는 패배라고 표현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겉으로 보면 인생에 있어서 크나큰 멈춤이고요. 그러나 그렇게 실패를 겪었다고 해서 남들보다 더 불행한 삶을 살게 될까요?

 

  퇴행은 내적인 성장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어둡고 좁다란 길을 걸으면서 불안해하고 괴로워하는 과정들이, 결국에는 스스로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해 고민을 하는 개성화(invidualization)를 이루게 되고, 이를 통해 진정한 자기(self)를 찾게 됩니다. 내적 성장의 과정은 누구에게나 늘 고통스럽습니다. 고대 부족 사회에서는 송곳니를 자르거나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등의 고통스러운 성인식을 거쳐야지만 부족원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졌지요. 성장을 위해서는 아픔을 겪어야 한다는 말도 있습니다. 너무 쉽게 하는 말일 수도 있지만, 어떻게보면 각자가 그렇게 몸부림치면서 겪었던 고통스러운 기간은, 자기(self)를 찾는 소중한 시기였을지도 모릅니다.

 

  인생이 어떻게 될지, 선택하지 않은 길에 대한 미래는 누구도 알 수 없는 법입니다. 어느 것이 올바른 삶의 태도였는지는 먼 훗날 되돌아봐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누가 보아도 외적으로 잃어버린 시간으로 볼지 몰라도, 이러한 시간을 거름삼아 진정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찾고 더 행복하게 살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이 세상에는 더 완전하지만 더 불행하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건강하고 부유하고 사회적으로 성공을 했더라도, 진정 자기가 살고 싶은 삶을 살아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요. 치열하게 살아야한다, 완벽해야한다, 남들보다 성공해야한다는 사회의 굴레를 내려놓고, 잠시 제 자리에 앉아서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돌이켜보는 시간은 누구나 한 번쯤 필요합니다. 고통의 시간은 이렇게 자기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지요. 이를 통해 자기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게 되는 것이, 행복한 삶으로 이르는 궁극적인 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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