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이야기
[정신건강칼럼 : 3월] 정신질환에서의 약물 복용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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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에서의 약물 복용
정신건강의학과 임상강사 윤운 "저는 스트레스를 받아서 생긴 병인데, 상담이나 다른 방법으로 치료하면 안 되나요? 제가 꼭 약을 먹어야 할까요?" "약을 먹는 것이 부담스러워요. 의지로 이겨내야 하는데 약에 의존하게 될 까봐 두려워요."
병원에서 환자분들을 마주하다 보면 자주 듣게 되는 말입니다. 그 동안 정신질환은 마음의 병, 즉 환경적인 스트레스 등의 심리적 요인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왔습니다. 물론 우울증이나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등의 다양한 정신과적 질환은 심리적인 스트레스를 겪은 이후 생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러한 요소에 대한 접근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정신질환은 단순히 심리적인 이유만으로 설명이 되지는 않습니다. 병이 새로 생기거나 기존의 병이 재발하였을 때 스트레스가 선행하는 경우가 많지만, 같은 상황에서 어떤 사람은 병이 생기고, 어떤 사람은 생기지 않기도 합니다. 심리적 요인은 단순히 증상을 유발시키는 역할만을 했을 뿐 근본적인 문제는 다른 곳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심리적인 요인에 의하여 우울, 불면 등의 증상이 생겼더라도, 증상이 생겼다는 것은 뇌의 신경전달물질 체계의 균형이 깨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실제 대부분의 정신 질환에서도 신체 질환에서와 마찬가지로 뇌의 생물학적인 이상이 동반됩니다. 가벼운 우울증, 공황장애, 불면증에서부터 심한 우울증, 조울병, 조현병에 이르기까지 노르에피네프린, 세로토닌, 도파민 등의 뇌 신경전달물질체계에 이상이 있다는 증거들이 오랜 기간에 걸쳐 제시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본인의 의지만으로, 상담이나 생활습관을 바로잡는 것 만으로는 근본적인 치료가 어렵습니다. 오히려 병으로 인해 아주 간단한 일도 하기 어려워진 환자에게 본인의 의지만을 강조하는 것은 큰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약물 복용은 깨진 뇌 신경전달물질체계의 균형을 바로잡아 증상을 호전시키고, 본래의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와 일상 생활이 가능하도록 도우며, 나아가서는 병세가 호전된 이후에도 증상이 재발하는 것을 막아줍니다.
"정신과 약을 먹으면 중독이 되지 않나요?"
정신과 약물 중 신경안정제 계통의 일부 약물은 의존성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대개 그 정도가 미약하며, 의사의 처방을 잘 지켜서 복용할 경우 장기간 복용하여도 의존될 가능성이 낮습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약물 의존은 의사의 처방을 따라 복용하지 않고 임의로 투약 횟수나 용량을 조절하거나, 처방 받은 약 중 일부만 선택적으로 복용하거나, 불규칙하게 복용하였을 때 발생합니다. 또한, 신경안정제 계통을 제외한 다른 정신과 약물들은 의존성이 없으며 장기간 복용하여도 중독성이 생기지 않는 안전한 약물입니다.
몸이 아프거나 불편할 때에는 약물을 복용하는 것에 대해 큰 거부감이 없는 분들도, 유독 정신과적인 문제가 생겼을 때에는 약물을 복용하는 것을 주저하시기도 합니다. 정신 질환을 더 이상 마음의 병 만으로 치부하지 않고, 의사의 처방에 따라 심리 치료와 약물 치료를 적절히 병행하여 효과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