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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칼럼 : 4월] 조울병을 진단받았을 때

조울병을 진단 받았을 때


정신건강의학과 임상강사 이세정


조울병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을 때 한번에 ‘아 그렇구나. 잘 치료 받아야지’라고 편안하게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정신과 의사들이 어떻게 진단을 내리는지 (인터넷에서 진단기준에 대한 내용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내가 왜 조울병인지 설명을 들어도 진단을 듣고 난 후의 여러 가지 생각이나 복잡한 감정을 다스리고 진단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당뇨나 심장병과 같은 내과적인 진단을 받은 사람들도 진단을 받아들이는 데 비슷한 감정을 느낄 것이다. 정기적인 치료가 필요한 만성 질환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누구나 처음에는 두려움, 분노, 슬픔, 실망, 절망, 죄책감 등의 감정을 경험할 수 있다.


어쩌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병이나 치료에 대한 필요성을 부인하고 싶을 수도 있다. 특히 조울병에서의 기분 변화는 우리 삶에서 일어날 수 있는 기분의 상승 또는 하강과 질병의 상태를 구분하기가 어려운 특성으로 인하여 원래의 기분변화가 좀 더 심해진 것뿐이라고, 또는 스트레스와 같은 환경 변화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여길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질병이 지금까지 일어난 일들의 많은 부분을 설명해줄 수 있어 죄책감과 자기 비난을 완화해주는 것에 안도감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또는 질병에 대해서 인식할수록 과도하게 신경을 씀으로써 모든 문제들, 감정적인 대응방식, 관점, 태도와 습관들을 전부 장애의 일부로 받아들여 이차적으로 정신적인 고통에 시달릴 수도 있겠다.


우리는 진단을 ‘받는다’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상당히 수동적인, 원치 않는 상황에 타의로 노출된 느낌이다. 이것은 알 수 없는 대상이 앞으로 내 삶을 지배하지 않을까 하는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이며 그것을 내가 컨트롤 할 수 없을까 봐 겪는 두려움일 것이다. 이러한 극단적인 반응과 부정적인 감정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을까?


우선 조울병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조울병 진단은 사형선고가 아니다. 조울병은 조현병과 같은 다른 정신질환에 비하여 증상이 비교적 삽화적이고 조증이나 우울증 상태에서 회복한 뒤에는 비교적 기능유지를 잘 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리고 조울병이 내 삶에 영향을 덜 끼치도록 내가 주체가 되어 조절하겠다는 능동적인 자세가 필요한데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나의 병력을 돌이켜 보는 것이 도움이 되겠다. 한 개인의 병력을 돌이켜 보면 얼마나 자주 재발되는지, 삽화의 기간은 어떤지, 계절성은 없는지, 스트레스와 관계가 있는지, 약물의 반응이나 부작용은 어떠했는지, 약물 중단 후 재발되지는 않았는지 출산 등의 호르몬 변화와 관계가 있는지 등의 패턴이 그려지고 이는 앞으로의 조울병 관리를 위한 지도(map)가 될 수 있다.


조증이나 우울증 발생의 초기 증상을 인지하고 있는 것도 중요하다. 일단 기분삽화의 증상이 시작되어 심해지면 점차 인지기능, 행동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일상생활의 기능이나 대인관계에 까지 영향을 미칠 정도로 심해지면 그 자체가 다시 기분증상을 악화시키는 스트레스원으로 작용하며 악순환을 겪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우울증의 증상으로 집중력이 떨어지고 우유부단해지고 무기력해져서 일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되면 이로 인하여 업무를 완수하지 못하여 본인을 자책하고 쌓이는 일에 압도당하여 업무를 할 수 없고 더 스트레스를 받아 더 우울증상이 심화되는 악순환을 겪게 된다) 따라서 증상의 초기증상을 인지한다면 시기 적절한 약물조절과 수면관리, 대인관계와 업무조정 등으로 일상생활에 영향을 끼치기 전에 증상의 악화를 예방할 수 있겠다. 이러한 초기 증상도 개인마다 조금씩 다르고 반복되는 경향이 있을 수 있으므로 앞서 이야기 한 개인의 병력 탐색이 도움이 되겠다.


내가 가장 시간을 많이 보내고 믿을 수 있는 가족이나 지인의 도움도 중요하다. 초기증상이 본인이 느끼지 못할 정도로 경미하여 타인에 의해 감지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특히 경조증이나 조증에서 환자 본인은 평소보다 되려 더 편안하고 기분이 들떠 경조증이나 조증 상태에 머무르려 하는 경향이 있어 치료적인 환경에 빨리 들어오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증상 없이 안정적인 시기에, 본인의 평상시 모습이 어떠한지 돌이켜 보고 증상이 조금씩 생길 때 어떤 변화가 있는지 가족이나 지인과 충분한 대화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되겠다.


마지막으로 내가 어떤 약물을 어떻게 왜 복용하고 있는지 알고 있어야 하고 이에 대해서 주치의와 상의가 필요하다. 증상이 있을 때 외에도 재발을 예방하기 위하여 약물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와 같이 약물치료의 효과와 목표에 대해서 인지하고 이를 이용한다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조울병에서는 조증상태와 우울상태, 그리고 비교적 증상이 없이 안정적인 시기의 유지치료에서 사용하는 약물이 조금씩 다를 수 있다. 따라서 증상의 변화가 있다면 약물의 조정이 필요할 수 있으며 임의로 약을 복용하는 것은 증상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조울병을 다스리기 위해서 규칙적인 외래 내원, 규칙적인 약물 복용, 혈액검사, 수면 주기를 일정하게 하는 것,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것, 일상생활을 원활하게 유지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 조울병을 조절하고 유지하는데 유리한 생활방식을 취하는 것이 직업적인 성공, 대인관계, 건강, 사랑과 임신 등의 삶의 목표를 포기하도록 하는 것은 아니다. 조울병의 특성과 내 개인의 병력, 그리고 약물을 알고 대처한다면 충분히 내 삶에 조절감을 가지고 주체적으로 지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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