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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칼럼 7월] 누구라도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앞에서는...

누구라도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앞에서는...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심리수련생 윤성연

 

얼마 전, 어머니의 죽음 이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A씨가 찾아왔습니다.

 

1개월 전 갑작스럽게 뇌졸중으로 쓰러지신 어머니는 끝내 일어나지 못하셨고,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이틀 전날 크게 싸워 말 한마디 하지 않았던 상태였던 A 씨는 어머니의 부재가 믿어지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어머님의 장례식을 치르면서 나만 혼자 슬퍼하는 것 같아 너무 화가 나고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벌어져야하는지 세상이 원망스러웠다고 합니다. 슬픈 것인지 미안한 것인지, 알 수 없는 채로 잠도 잘 수 없고 밥을 먹을 수도 없고, 어머니의 유품을 볼 때마다 어머니가 다시 문을 열고 들어오실 것 같고 이전에 하던 취미나 일상생활에 흥미도 전혀 생기지 않는다며, “생기를 잃어 죽어가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일주일간의 기복휴가가 끝나고 회사로 복귀해야 하는데, 회사에서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시간을 죽이다 돌아오는 일이 반복이라고... “정상이 되고 싶다”며 상담센터를 찾았다고 하셨습니다.

 

우리는 ‘죽었다’는 말도 ‘돌아가신다’라는 말로 표현하고, 죽음을 경험하고 애도할 시간이 매우 적은 문화에서 살고 있습니다. 친척이나 배우자, 부모, 자녀와 같이 아주 가까운 가족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서도 3-5일 밖에 쉬지 않는 사회입니다. 그러한 사회 속에서 A씨는 한 달 만에 사별의 아픔을 툭툭 털고 일어나지 못하고 여전히 힘에 부쳐하고 있는 내가 ‘비정상’이라고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별로 인한 상실감은 개인이나 문화, 시대에 무관하게 당연하고 보편적인 것으로, 그 어떤 괴로움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생활 전반을 압도하는 경험입니다. 이에 과거 많은 학자들은 사별 후 애도과정에 대해서 관점을 가졌는데, 취리히 대학교의 의학박사였던 엘리자베스 로스(1997)는 죽음의 단계이론을 제시하며 정상적인 애도과정에서 나타나는 정서적, 인지적 변화를 ‘부인 - 분노 - 타협 - 우울 - 수용’의 5단계로 설명하였습니다.

 

‘부인 단계’에서는 ‘이건 사실이 아니야’라고 하며 망자의 죽음에 대해 반복적으로 부정을 하게 됩니다. 어떤 경우에는, 망자의 환영을 보는 것 같은 등 망자와 상상속의 관계를 유지하기도 합니다. 아동의 경우는 계속 엄마가 살아계신 것처럼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분노 단계’에서는 “왜 하필 나에게!!” 라고 하며 폭발적이고 공격적인 행동을 하거나 술이나 담배, 도박과 같은 중독행동으로 빠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타협단계’에서는 “앞으로 절대로 엄마 속 안 썩일 테니, 엄마를 다시 돌아오게 해 주세요”라는 등 절대자와 타협을 시도하며 이전 망자와의 관계에서의 책임감이나 죄책감을 느끼며 잘못을 속죄하려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 후에는 한없이 슬프고 무섭고, 불안한 깊은 ‘우울 단계’의 수렁을 지나고서야 망자의 죽음을 현실로써 수용하고 받아들임으로써 더 이상 슬픔에 압도되지 않고 현실적이고 건강한 방식으로 사별을 다루게 되는 ‘수용 단계’에 다다른다고 보았습니다.

 

현재의 감정들이 지극히 정상이며, 앞으로 더 힘들고 폭발적인 감정들이 올라올 수 있다는 치료자의 말에, A씨는 ‘이보다 더 힘든 감정은 감당할 수 없을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하지만 애도과정은 ‘현실인식의 과정이고 외부에서 일어난 사건을 현실로 받아들이는 것’인 동시에 ‘죽은 사람으로부터 분리되어 상실에 적응해가는 과정’입니다(Parkers, 1972; Worden, 1991). 가까운 사람이 사별로 인해 힘들어할 때, 망자에 대해 묻고 생각을 떠올리도록 하면 안 될 것처럼 여기기도 하지만, 이를 건강하게 다룰 수 있기 되기 위해서는 사별의 상황을 천천히 현실로 받아들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죄책감일 수도, 분노일수도, 불안감일수도, 외로움일 수도 있는 ‘불쾌감’이라는 하나의 감정을 적절히 자각하고 경험하도록 돕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망자와의 관계나 그 깊이, 망자가 사망하는 과정에서의 환경 등에 따라 애도과정의 심각도나 애도를 위해 필요한 기간은 다를 수 있겠지만, 대개는 사별 이후 ‘수용단계’에 이르기까지 평균적으로 ‘6개월’ 정도의 기간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각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거나 너무나 긴 시간동안 사별 이후에 고통스러워하는 경우에는 전문가와 상담해 보시기를 권유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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