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癌)의 한자적 어원은 바위같이 단단한 덩어리의 병이란 뜻이라고 한다.
실제로도 암을 만질 때 그 촉감은 돌처럼 단단하다. 영문명은 ‘Cancer’, 즉 ‘게’라는 뜻이다. 히포크라테스 시절 울퉁불퉁한 혈관 등으로 징그럽게 생긴 암 병변이 거칠거칠한 게의 껍데기 같다고 하여 이름 지어졌다는 설이 있다.
이후 이 질환에 대한 정확한 이해도 없었고, 치료 또한 20세기가 되도록 조기에 수술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는 불치병이었으며, 그 당시 항암치료라 하면 대개는 별 효과가 없는 경험적인 약초의 사용이 대부분이었다.
1960년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에게서 필라델피아 염색체를 발견한 당시에는 몰랐지만 1970년대에 들어서서 9번과 22번 염색체의 자리바꿈 결과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 유전체 이상으로 인해 생성되는 이상 단백이 백혈구 수치를 증가시켜 만성골수성백혈병이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이 과정을 억제하는 ‘글리벡’이란 약물이 개발되었고, 과거 일반 항암제나 골수이식으로 치료하던 병을, 2001년 이 약의 시판 이후 단지 약물 복용만으로 쉽게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이와 같이 암의 발생 기전이 밝혀지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예를 들면, 폐암 중 상피성장인자수용체(EGFR)의 돌연변이, ALK 유전자 전위 등이다. 특히 EGFR, ALK 이상의 경우는 약물까지 개발된 상황이다. 이런 약제들을 표적 치료제라고 부른다.
하지만 암은 같은 장기 내에서 생기더라도 그 기전이 매우 복잡한 질환이다. 즉 표적 치료제에 들어 맞는 유전자 이상이 있을 경우에만 효과가 현저하다. 그러므로 표적 치료제를 사용하기 전에 우선 암의 유전자 이상을 검사할 필요가 있다.
우리 병원에서는 이러한 유전자 이상에 대한 검사를 시행하고 있으며, 2011년 미국 다나파버 암센터와 연구교류 협약을 체결한 이후 온코맵, 온코패널과 같은 플랫폼을 활용해 환자에게서 여러 종류의 유전자 이상을 동시에 분석할 수도 있는 기량도 갖추고 있다.
현재 각종 발암 기전을 찾는 연구를 하고 있으며, 여러 제약사에서 이를 겨냥한 표적 치료제들을 개발하고 있다. 아직은 이러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환자 수가 그리 많지 않지만 점점 그 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필라델피아 염색체가 발견되고 이에 대한 표적 치료제가 나오기까지 약 40년이 걸렸지만, ALK 유전자 전위가 일부 폐암의 발암 기전이 될 수 있다고 밝혀진 지 4년 만에 ‘크리조티닙’이 처방되기 시작했다는 점을 주목하면 향후 그 발전 속도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병원 암병원에도 유전체 맞춤 암치료 센터가 있다.
위에서 언급한 온코맵, 온코패널 등의 방법을 동원하여 환자의 발암 기전을 찾고 이에 대한 맞춤 치료를 시행하고자 한다. 여기에는 몇 명의 의료진의 힘으로는 부족하다. 암 진료 의료진들의 노력으로 환자들을 찾아야 한다. 각 환자에게서 채취 가능한 암 조직이 있어야 하고 영상의학과, 외과, 내과를 비롯한 여러 과 의료진들의 도움으로 암 조직을 채취할 수 있어야 한다.
병리과 및 연구소에서는 조속히 유전자 이상 여부를 확인해 주어야 한다. 다행히 의미 있는 유전자 이상을 발견하여 쉽게 처방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혹은 유전자 이상을 발견하였지만 사정상 치료를 제공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검사 결과 유전자 이상을 발견하지 못할 가능성도 많다. 그러므로 모든 암 환자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유전체 맞춤 암치료 센터는 진료와 동시에 연구를 병행하여 새로운 발암 기전을 찾아내고 제약사들을 섭외하여 신약들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여 유전체 맞춤 암치료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환자를 점점 늘려 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완벽한 시작은 아니지만 여러분들의 관심과 도움이 있다면 조금씩 개선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