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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칼럼 12월] 솔직하게, 용기있게

솔직하게, 용기있게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심리전문가 김혜진

 

 

  내 아이지만 항상 사랑스럽지만은 않으며, 정말 내 자식이 맞나 의문이 드는 때도 있습니다. 이때 호된 말로 서슴지 않게 아이의 자존감을 깎아내리는 경우도 있지만, 좋은 부모가 되려고 노력하나 잘 안되어서 안타까운 경우도 많습니다.

 

  엄마는 안 그래도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데 도와주지 않는 첫째 아들이 참 마음에 안 듭니다. 대신, 둘째 녀석은 어떻게 알고 엄마가 마음에 드는 짓만 골라서 합니다. 열손가락 깨물면 다 아프지만 더 아픈 손가락도 있고, 덜 아픈 손가락도 있듯이 내 마음에 더 예쁜 자식도 분명 있겠죠. 엄마가 한 번 말하면, 바로 따라주었으면 좋겠는데 첫째 아들은 단 한 번도 엄마가 원하는 대로 해주질 않습니다. 엄마는 아이가 야속하고 밉습니다. 미운 마음을 갖는 것이 미안하기도 하고 그러면 안 될 것 같아 애써 더 안아주고 사랑한다고 말해줍니다. 그러나 아이는 이번에도 호락호락하게 넘어가 주지 않습니다. 그렇게 안아주고 사랑한다고 말해주었는데도 “엄마는 나 미워해” 라고 말합니다. 아니라고 해도 믿지 않아 난감하고, 사실은 마음을 들킨 것 같아 찔리기도 합니다. 평소에는 그렇게 눈치가 없더니, 이럴 때는 어쩌면 그렇게 귀신같이 알아차릴까요? 아이는 엄마의 표정, 목소리, 몸의 자세가 보내는 메시지를 알아차리는 거죠. 이런 비언어적인 메시지는 참 숨기기 힘듭니다. 비언어적 메시지와 언어적 표현이 다르다보니 아이는 무엇이 진실인지 헷갈리고, 나를 미워하는 것 같은데 사랑한다고 말하니 화를 낼 수도 없고, 답답해지고, 엄마의 말이 정말인지 확인하게 되며, 마음 속 깊은 곳에는 불안감과 불신감이 싹틉니다. 엄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한 것일 테지만 오히려 역효과인거죠.

 

  [부모역할훈련]의 저자 토마스 고든(Thomas Gordon)은 부모도 감정을 지닌 사람이며, 부모가 항상 아이들을 사랑해야 하고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고 인내하고 늘 희생해야 하며 언제나 공정해야 한다는 태도는 그렇게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고 말 합니다. 부모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안 그런 척 가장하는 것보다 아이의 받아들일 수 없는 행동을 설명하고 그 행동에 대한 부모의 감정을 솔직하고 분명하게 표현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거죠. 예를 들어, 아이가 방금 치워 놓은 거실에 장난감을 한 가득 늘어놓았을 때 “진짜 내가 너 때문에 못살아. 너는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당장 치우지 못해”라고 하면 안 되니까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꾹 참고 웃어넘기는 것 보다 “방금 깨끗하게 치워 놓았는데 다시 이렇게 어질러 놓으면 엄마 정말 기운 빠져“ 라고 말하는 것이 낫다는 거죠.

 

  단, 화를 표현할 때는 정말 화가 난 것인지 잘 살펴보셔야 합니다. 틱 증상이 있는 아이가 수업 시간에 ‘음음’ 소리를 내어 친구들이 자꾸 쳐다보고 따라 하기도 하는데 부모는 아이에게 하지 말라고 화를 내게 된다고 합니다. 이런 경우 부모의 마음 안에는 아이가 학교에서 눈치 보고 지내야 한다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 앞으로 따돌림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 그리고 내가 아이를 따뜻하게 보듬어 주지 못해서 그런 것은 아닐까 하는 죄책감이 뒤섞여 있습니다. 부모 자신이 자기의 감정을 민감하게 알아차리지 못하면 엉뚱한 반응을 하게 되죠. 부모가 자신의 감정을 정확하게 인식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또 한편으로는 상대방이 한 행동이 어떤 것인지 알려주고 다시는 그러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 화를 내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아이가 뛰어가다 넘어졌을 때 “그러니까 조심해야지!” 라고 화를 내게 되는 경우가 그런 경우입니다. 이 때는 “괜찮아? 네가 아프면 엄마(아빠)도 속상해. 뛰어다니다 또 다칠까봐 걱정된다.”라고 하는 것이 훈계보다 효과적일 것입니다. 부모가 정말 바라는 것은 아이가 다치지 않는 것일 테니까요.

 

  토마스 고든은 부모가 마음속에 있는 감정을 드러내려면 용기와 자신감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부모도 상처받고, 겁이 나고, 화가 날 수 있다는 사실을 드러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거죠. 내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한다는 것은 상대방이 내 마음을 이해하고 받아들여 줄지, 나에 대해 나쁘게 생각하지 않을지에 대한 위험을 감수할 때 가능합니다. 부모와 자녀의 관계가 다른 관계와 크게 다르지 않고, 아이들의 사회성이 부모와의 관계에서 시작되는 것은 이러한 관계에서의 보편성 때문일 것 같습니다.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어머니, 아버지들 용기 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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