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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칼럼 7월] 치료 중 발생한 체중 증가 - 손쉬운 체중조절의 유혹과 그 위험

치료 중 발생한 체중 증가 - 손쉬운 체중조절의 유혹과 그 위험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촉탁임상조교수 전명욱

 

 

조현병이나 양극성 장애 등으로 힘든 입원치료 과정을 거쳐 증상이 좋아져서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가능하게 된 환자들의 경우, 이후의 증상 재발을 막기 위하여 정기적으로 외래에 방문하여 진료와 투약 처방을 받게 됩니다. 특히 입원 직후에는 재발의 가능성을 유의하여야 하는 경우가 많아 꼭 약속된 날짜에 외래에 찾아오시도록 안내를 합니다. 주로 많은 환자들은 스스로 혹은 보호자들의 격려에 이끌려 착실하게 진료 날짜를 지키고 꾸준히 치료를 잘 받습니다. 이런 경우 웬만해서는 쉽게 재발하지 않습니다. 물론 운이 나쁜 경우에 증상의 재발 기미가 보이는 경우도 있지만, 외래를 정기적으로 다니고 있는 동안에는 비교적 증상이 가벼울 때 발견이 가능하고 대처도 상대적으로 효율적으로 가능합니다. 물론 이제 괜찮아 진 것 같아서 예약된 날짜에 방문하지 않고 임의로 약을 중단하였다가 한참 뒤에 증상이 다시 나빠져서 환청의 괴롭힘을 받거나 기분과 충동조절이 되지 않는 상태로 병원에 나타나게 되는 안타까운 경우도 종종 생깁니다.

 

그런데 가끔은, 외래에서 꾸준한 유지치료를 통해 관리하고 약속을 한 번도 어긴 적이 없는 환자가 증상이 이해가 되지 않게 빠른 속도로 나빠져서 나타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얼마 전에 외래에 환청에 시달리며 불안에 떨면서 나타난 환자도 그랬습니다. 예약된 진료를 오지 않은 것도 아니고, 약을 제대로 먹지 않은 것도 아니었고, 퇴원 후 학교에 복학하여 직전 외래진료까지도 잘 생활하고 있던 환자가 증상이 갑작스럽게 나빠졌습니다. 그 사이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은 아닌지, 무리해서 밤을 새서 공부하거나 과제를 했던 것은 아닌지, 치료받아야 할 다른 신체질환이 생긴 것은 아닌지, 술을 과다하게 마신 것은 아닌지 등을 물어보았지만 해당되는 사항은 없었습니다. 그러자 같이 방문한 환자의 어머니가 환자에게 물어보셨습니다. '얼마 전에 다이어트 클리닉에서 약을 처방받아서 먹었던 것 말씀드렸냐'고요. 정신과에 다니면서 약을 드시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고 살을 빼고 싶다고 다이어트 약 처방을 받아서 드시다가 사달이 난 것이었습니다.

 

모든 약물에는 상호작용이 있습니다. 여러 종류의 약을 함께 먹었을 때 문제가 되지 않는 경우도 물론 있지만, 함께 먹는 것을 피하거나 적어도 용량을 조절해야 하는 경우가 있어서 저에게 치료받는 동안 다른 의료기관에서 약을 드실 경우에는 적어도 저에게 외부에서 받게 된 처방을 보여주시거나, 아니면 다른 기관에서 약을 처방받으실 때, 저한테 진료와 처방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시라고 항상 당부하는데, 이 환자는 병원에도 잘 오고 약도 착실하게 복용하였지만 이 한 가지 당부만은 따르지 못하였던 것이었습니다. 환자는 즉시 다이어트 약 복용을 그만두고 기존 처방약의 용량을 약간 조절하는 정도로 안정을 찾았고 다행스럽게도 다시 입원하는 일은 피할 수 있었습니다. 이 환자는 증상이 좋아진 뒤 식욕증가가 덜한 약물로 교체하고 운동과 식사 조절을 열심히 해서 그동안 늘었던 체중도 원래대로 되돌아왔습니다.

 

정신과에서 치료받고 있는 도중 체중이 느는 것을 호소하시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우울증 등의 증상으로 인하여 폭식, 활동량 부족 혹은 둘 다로 인하여 체중이 늘게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일부 정신과 약제의 경우 식욕이 느는 부작용이 있거나 혹은 나른해지고 졸리는 부작용이 있어서 식사량이 늘고 활동량이 줄게 되어 체중이 느는 경우가 있습니다. 문제는 체중이 증가하여 외모가 이전과 달라질 경우 이로 인하여 자신감이 떨어지고 기분과 의욕이 더 떨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고, 더 큰 문제는 종종 장기치료가 필요한 정신과 치료의 특성상 체중증가가 만성화되면서 고지혈증, 당뇨병 등의 건강문제가 겹치게 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정신과적 진료를 받고 있는 중 체중관리는 매우 중요합니다.

 

문제는 이 체중조절이 쉽지 않다는 데에 있습니다. 일단 식욕을 자제하고 건강한 식습관을 지켜야 하고, 게다가 귀찮게 신체활동을 늘려야 합니다. 이 과정이 쉽지 않다 보니 손쉽게 약물의 힘을 받아 체중을 줄이고 싶은 유혹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도 다이어트 목적으로 처방되는 약들은 부작용에 대한 위험성 때문에 조심해서 사용하여야 하는 약들입니다. 특히 다른 부작용보다도 우울, 과민, 폭력성, 자살 등의 정신적인 부작용 위험성이 위험합니다. 왜냐하면, 예외적으로 영양소의 흡수를 막는 방식으로 작용하여 정신적 부작용이 거의 없는 약도 있지만, 대부분의 다이어트약제는 식욕 자체를 변화시키는 방식으로, 정확하게 말하면 식욕을 조절하는 뇌의 작동을 변화시킴으로써 작용하게 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필연적인 정상적 뇌기능을 함께 변화시키기 때문입니다. 일부 다이어트 약제는 습관성이 강한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분류되는 성분에서 유래한 것도 있습니다. 따라서 다른 정신적 문제가 없는 경우에도 꼭 필요할 때만 단기간 조심해서 써야 하는 약물인데, 정신질환을 치료 혹은 예방, 관리하고 있는 중에는 더더욱 조심해야 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아마도 위 예의 환자 역시 비만클리닉에서 자신의 정신과적 병력을 이야기했다면 향정신성 다이어트 약제를 처방해주지 않았겠지만, 이를 알리지 않아서 결과적으로 위험한 상황이 온 것이었습니다.

 

별 노력 없이 손쉽게, 그러면서도 안전하고 아무 부작용 없이 불어난 체중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아쉽지만 아직까지 없습니다. 좋은 물건을 말도 안 되게 싼 가격에 살 수 있는 정상적인 방법이나, 공부를 하지 않고 성적을 극적으로 올릴 수 있는 정상적인 방법이 아직까지 없는 것처럼 말입니다.  심각한 신체적, 정신적 문제로 이어지게 될 수 있는 위험한 부작용의 가능성을 감수하고 본인의 몸에 대하여 도박을 하는 것은 안타까운 결과로 이어질 때가 많습니다. 게다가 이미 마음의 병으로 고생을 하고 있는 중에는 더욱 위험합니다. 결국 가장 기본적인 방법인 식사조절과 운동, 생활습관관리가 정답입니다. 다만 정신과 진료와 관련하여 발생한 체중증가의 경우, 별도의 다이어트 클리닉을 찾기 전에, 기본적인 생활관리와 더불어 증상 때문에 혹은 약물과 관련한 부작용일 경우에 이를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담당의사와 찾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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