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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칼럼 4월] 기념일 반응(anniversary reaction)을 아시나요?

기념일 반응(anniversary reaction)을 아시나요?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과 촉탁임상전임강사 박기정

 

 

세월호사고 3주기 즈음, 우리는 두 눈으로 세월호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사고 직후의 세월호, 그리고 다시 뭍에 올라온 세월호를 찍은 영상을 뉴스에서 보고 있노라니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에 휩싸였습니다. 제가 그런데, 사고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분들은 어떨까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목숨을 잃을 뻔한 사고, 가까운 사람의 죽음 등을 겪은 이후 매년 그 일이 벌어졌던 날이나 연관된 기념일마다 메아리처럼 찾아오는 우울감, 불안, 신체적 증상 등을 일컬어 기념일 반응(anniversary reaction)이라고 부릅니다. 가장 흔한 반응은 사고 직후에 있었던 감정, 심리적 반응이나 생각들을 재경험하는 것입니다. 이들은 사고 직후의 비통함, 슬픔, 불안, 분노 등의 감정을 다시 느끼며 고통스러워합니다. 또 다른 반응은 사고와 관련된 상황이나 장소,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피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사고 직후의 감정을 떠올리는 것 자체가 극심한 스트레스가 되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이를 피하려 노력하는 경우에 해당하겠습니다. 그 외에도 이유 없는 불안, 초조, 짜증 등을 호소하고, 사고 당시 경험했던 신체증상이 다시 나타나거나, 기존에 가지고 있던 신체질환이 악화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기념일 반응은 사고가 벌어졌을 당시를 떠올리게 할 만한 사소한 것들, 이를테면 사고가 일어났을 때와 비슷한 날씨나 기온을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시작되곤 합니다. 하물며 사고 3주기에 각종 프로그램에서 다시금 세월호에 대해서 언급하고 인양소식을 알리는 지금, 세월호 생존자나 유가족들은 누구보다 힘든 시간을 겪고 있을 거라 여겨집니다. 또한 기념일 반응은 죽음에 대한 애도가 불충분하거나, 애도과정이 복잡하거나 끝나지 않았을 경우 더 잘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세월호 사고 또한 인양, 관련수사, 그리고 실종자 수색 등이 아직도 진행 중이다 보니 사고생존자와 유가족들은 유독 길고 지난한 애도과정 중에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기념일 반응이 발생할 가능성도 더 많습니다.

기념일 반응은 짧으면 1~2주, 혹은 더 길게 나타나기도 합니다. 또한 경미한 우울감이나 불안으로 끝나는 경우도 있지만, 드물게 자살과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기념일 반응을 무사히 극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우선,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추모행사를 계획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비통한 감정에 홀로 빠져있기보다는, 여러 사람이 함께 모여 떠난 사람들을 애도하거나 떠난 사람들의 이름으로 기부나 자선행사 등을 여는 것이 건강한 방식으로 애도를 마무리하고 남은 사람들이 힘을 얻을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둘째, 기념일 반응이 있을 수 있으며 이는 일시적이라는 것을 미리 알고, 이 시기 즈음에는 이직이나 이사 등 스트레스원이 될 수 있는 일을 피하도록 미리 조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기념일 반응을 겪는 사람들 중에는 최초의 사고를 경험한 후 충분한 치료나 지원을 받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러한 감정을 느끼고 심한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실을 숨기고 싶어하거나 부끄럽게 느껴 혼자서만 고통을 참아내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이들의 상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고,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위한 문턱을 낮추는 정책적인 지원을 함께 해나가는 것이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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