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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칼럼 : 2월] 저장장애

저장장애(hoarding disorder)

 

정신건강의학과 임상강사 이세정

 

요즘 A씨는 60대 중반인 아버지 때문에 고민입니다. A씨의 친정 집은 아버지가 모아놓은 물건으로 발 디딜 틈이 없기 때문입니다. 안방 가득 그리고 거실 한쪽에는 몇 년 된 신문과 잡지가 쌓여 있고 부엌에는 유통기한이 지난 양념통, 비타민 등이 죽 늘어서 있으며 오래된 코코아가루와 꿀단지에는 벌레가 꼬입니다. 집안 곳곳마다 아버지가 모아놓은 오래된 동전들을 담은 통, 볼펜더미, 열쇠고리 뭉치 등 A씨 눈에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물건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장롱과 창고마다 낡은 옷이 한 가득 이라서 옷을 찾기도 어렵습니다. 이게 다 뭐냐며 갖다 버리자는 딸의 볼멘 소리에 아버지의 대답은 늘 같습니다. “다 쓸 데가 있어서 그래” 신문들은 찬찬히 보고 스크랩 해야 하는데 시간이 없어서 모아 둔거고 오래된 물건들은 나중에 값어치가 올라가는 골동품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버릴 수 없다는 겁니다. 아버지는 젊어서부터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모아 두었는데 그 동안은 어머니가 수납하고 정리하여 짐이 많고 어수선한 정도로 지내다가 최근 어머니가 아프면서 집안이 난장판이 되었다고 합니다. 어머니는 쌓여가는 신문더미 때문에 안방에서 시집간 딸이 쓰던 방으로 거처를 옮겼습니다. A씨는 무엇보다 이렇게 어지럽고 불결한 집안 환경이 어머니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까 걱정입니다. 아버지는 건강하고 경제적으로도 여유 있어 겉에서 보면 아무도 이런 집안 사정을 모를 것이라며 A씨는 오늘도 한숨을 쉽니다.

 

A씨의 아버지는 ‘실제 쓸모나 가치와는 무관하게’을 물건을 모아두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버리는 것을 힘들어합니다. 모아진 물건들은 ‘무질서하게’ 쌓여 있어 ‘생활 공간을 잠식하고’ ‘원래 물건의 용도를 무색하게’ 하지요. ‘위생이나 건강상의 어려움, 안전상의 위험을 초래하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정신적인 고통을 주기도’ 합니다. 수집가(collector)는 물건을 모으기는 하지만 선별하고 정리하여 보관한다는 점에서 A씨의 아버지와 같은 ‘저장장애’와 구분할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증상은 청소년기나 초기 성인기부터 시작되어 지속되는 경향이 많습니다. 혼자 살거나 사회적으로 고립된 경우, 어린 시절의 결핍, 가족들과 감정적인 교류가 적고 사이가 좋지 않은 경우와 같이 환경적인 연관성이 있을 수 있겠고, 의존적, 회피적, 의심이 많은 성격, 또는 가족력이 있는 환자도 보고되고 있습니다. 강박장애가 공존하는 경우가 있으며 조현병이나 치매, 다른 뇌 질환과 같이 물건의 필요성에 대한 판단력이 떨어진 경우에도 위와 같은 증상이 관찰될 수 있어 감별이 필요하겠습니다.

 

이러한 분들은 대부분 본인의 성격이나 생활습관이라고 주장하며 문제 인식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치료 환경이 들어오는 것이 어려우며 치료에 대한 반응도 좋지 않아 만성화 하는 경향이 높습니다. 증상은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며 지속되어 완전히 없어지는 경우가 별로 없습니다.

 

우선 이러한 증상을 유발하는 다른 원인이나 공존질환이 있다면 찾아내어 치료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치료의 궁극적 목표는 환자가 쌓아 둔 물건의 양을 줄임으로써 생활공간을 넓히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치료자는 물건을 파악하고 분류하여 버리고 정리하는 연습을 할 수 있도록 돕고 환자가 가지고 있는 ‘언젠가는 필요할지도 몰라’ ‘고쳐서 쓰면 돼’와 같은 잘못된 인지를 교정하며 버리는 것에 대한 불안, 고통을 다루는 것에 초점을 맞춥니다. 환자의 변화와 연습 과정에서 정상적인 범주의 물건 절약과 병적인 물건 쌓아두기 사이에서 적절한 피드백을 주고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러한 인지행동적인 접근으로 약 30%의 환자들이 다소간의 호전을 보인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그 외에도 강박증상, 기분증상이 동반되어 있는 경우 항우울제와 같은 약물 투약을 시도하여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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