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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칼럼 : 5월] 신체변형장애

거울 속 내 모습 만족하시나요?

 

저는 20여년 간 안경을 착용한 안경인(人)이었습니다. 시력이 좋지 않으신 분들은 안경의 불편함과 답답함을 공감하실 겁니다. 일례로, 겨울철에 실내로 들어가면 갑자기 뿌연 세상이 펼쳐지니, 우선 김서린 안경알을 닦아야만 합니다. 저는 이런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여러 이유들 때문에 안경을 쉽사리 벗지 못했고, 몇 달 전에야 수술대에 올라 안경에게 영원한 이별을 고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안경 없는 자유로움과 기쁨의 시간을 누리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거울 속 다크서클이 신경 쓰이기 시작하기 전까지 말입니다.

 

안경에 가려져 있던 다크서클이 자기 모습을 온전히 드러낸 후로, 거울을 볼 때마다 시선이 거기에 집중되기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한 아동이 심리검사 도중에 ‘선생님, 다크 서클 있어요’라고 친절하게 이야기해준 후로는 신경이 더욱 예민해졌습니다. 인터넷 검색창에 ‘다크서클 없애는 법’을 검색하고, 시시각각 변하는 눈 아래 색깔에 예의주시하거나 ‘다른 사람들은 나의 다크서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를 고민하는 등 신체에 대한 염려가 많아졌습니다. 또한 거울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얼굴의 다른 단점들도 또렷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거울을 보지 않더라도 다크서클을 생각하면, 기분이 쳐지고 때로는 우울하기까지 했습니다. 그 때 예전에 뵈었던 몇몇 환자 분들이 생각났습니다.

 

‘제 코가 삐뚤어진 거 같아요’, ‘피부가 안 좋아서 신경 쓰여요’ 등 외모에 대한 호소를 하시면서 내원하신 분들입니다. 이런 분들은 자기 외모의 사소한 결점에 과도하게 몰두하면서 반복적인 행동(예, 거울보기)이나 정신적 활동(예, 타인과 외모를 비교하기)을 하게 되며, 스스로 심리적 고통을 겪고 일상 생활과 대인관계, 사회적 적응에 어려움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들을 신체변형장애(Body dysmorphic disorder)로 진단할 수 있는데, 이 장애는 DSM-IV에서 신체형장애 범주로 분류되었다가 DSM-5에서 강박장애와 관련된 장애의 하위 장애로 이동하였습니다. 이는 외모에 대한 생각이 강박 사고와 같이 개인 스스로 통제하기 어렵다는 점이 강조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대체 이들의 외모가 어떻기에 이런 장애가 생기는 걸까요? 제가 만나본 바로는 특별하거나 심각한 문제가 없어 보였습니다. 작년에는 이름만 대면 모두가 아는 외국 배우 부부의 자녀도 신체변형장애로 진단받았다는 점이 알려졌습니다. 즉 다른 사람들 보기에는 아주 사소한 결점인데도 한 개인에게는 적응 능력을 과도하게 저하시킬 만큼 무서운 영향력을 미치는 것이죠. 그리고 성형 수술 등의 노력을 통해 외모의 결점을 완화시킨 후에도 장애는 여전히 지속될 수 있고, 어쩌면 ‘성형중독증’이라는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이제 우리 주변과 스스로를 한 번 살펴봅시다. 진단을 받을 만큼 심각한 수준이 아니더라도 외모에 대한 걱정이 많고 고통을 심하게 겪는 사람들이 있을 지 모릅니다. 그렇다면 이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요? 우선 외모에 대한 생각이 개인의 적응을 심하게 손상시키고 있다면 정신건강의학과에 오셔서 상담을 하시고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동반되는 기분 장애 등 다른 정신 장애의 유무도 확인하게 되며, 신체에 대한 염려가 망상 수준일 경우에는 망상장애로 진단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개인에 따라 약물치료와 다른 치료적 개입들을 받으실 수 있는데, 외모에 대한 중요성을 과도하게 지각하고 있다면 비합리적인 신념을 다루실 수 있고 오랜 기간 지속된 낮은 자존감의 문제가 외모에 대한 집착으로 나타나는 경우에는 이를 고려한 심리치료를 권유 받으실 수 있습니다.

 

사실, 외모에는 바꿀 수 있는 부분과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의학적 도움을 통해 과거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많은 외모의 부분들을 개선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성형외과에서 유명 여배우의 얼굴을 주문한다고 해서 그녀와 동일한 외모를 가질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즉 내가 원하는 대로 외모를 완벽하게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나의 사소한 결점을 미워하다가 ‘나’를 미워하고, 오늘을 행복하게 보내지 못한다면, 그 또한 안타까운 일이 아닐까요?

 

마지막으로 외모 때문에 고민이 되는 분들에게 두 가지 제안을 해보려 합니다. 첫째, A4 한 장에 원을 그려보세요. 원 안에 나를 평가하는 여러 기준들을 적어 볼 겁니다. 외모, 학력, 재력, 성격, 대인관계, 집안, 예의나 태도, 직업 8가지 영역을 적되, 중요도 순으로 파이 나누듯이 분할하여 써 넣어 보세요. 내가 매우 심각하게 여겼던 신체나 외모의 중요성이 예상보다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될지도 모릅니다. 둘째, 내가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신체의 부분에게 편지를 써볼 겁니다. 그 동안 미워했던 마음을 솔직히 써보세요. 그리고 이제는 여러분이 그 신체의 부분이 되어 답장을 해줄 겁니다 그러면 새로운 관점에서 자신의 외모를 보게 되겠죠. 사실 제 다크서클도 진해지고 싶어서 그랬겠어요? 십 여 년 함께하다 갑자기 구박덩어리 신세가 되니 누구보다도 억울할 테고, 자기도 예뻐지고 싶은데 주인이 도와주지는 않으면서 뭐라고 하니 위축되기 쉽겠죠. 이런 과정을 통해 나의 외모를 ‘나’의 일부로서 수용하게 되시면 좋겠고, 변화에 대한 원동력도 얻으신다면 저는 더 바랄 나위가 없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소망을 품고 저부터 다크서클 개선을 위해 비타민을 잘 챙겨 먹어야겠습니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심리사 김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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