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공지
제목 : 심장을 뛰게 만드는 순간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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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24.08.22 | ||
심장을 뛰게 만드는 순간들- 심장검사팀 권정해 차장 -
"생명에 직결된 순간에 도움을 드리는 간호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부정맥 환자 간호 시술에 필요한 물품과 기구, 투약을 준비하고 AMIS 3.0 프로세스 세팅을 마친 오전 7시 30분. 첫 시술이 시작된다. 깜깜한 시술실에는 ‘삑-삑’ 전기 신호만이 울린다. 의견을 조율하며 작은 신호에 집중하던 의사, 간호사, 방사선사가 동시에 “우와!” 감탄사를 뱉는다. 고전하던 시술 치료가 예상한 부전로와 맞아떨어지면서 불안정한 맥이 순식간에 정상궤도를 그린 것이다. 전기생리학검사실에선 환자의 활력 징후를 모니터 하며 시술 간호를 수행하고, 인공심박동기클리닉과 자율신경검사실에선 검사와 교육을 맡는다. 시술한 다음 날 기능을 점검하고 추후 관리를 설명한 뒤에도 심장재택 시범사업과 연계해 감염 여부와 부적절한 전기 충격, 응급상황 시 대처방안, 일상의 불편 사항을 주기적으로 안내하고 있다. 이로써 생명과 직결된 부정맥 증상의 불안함을 안고 있는 환자들은 안심하며 일상을 누릴 수 있다.
▲전기생리학검사실에서 부정맥 시술 간호를 수행하는 모습.(왼쪽) / 권정해 차장이 자율신경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오른쪽)
"부정맥 환자와는 오랫동안 인연이 이어집니다. 환자들에게서 얻는 자긍심이 커요."
회복과 성장을 이루는 동행 “선생님 아직 여기 계시네요!” 외래에서 마주친 환자가 반갑게 인사했다. 15년 전 갑자기 부정맥으로 의식을 잃고 쓰러졌던 환자였다. 당시 심폐소생술로 생명은 살렸지만 뇌 기능이 원활하지 않아 중환자실에서 상당 기간 치료를 받아야 했다. ‘과연 일상생활이 가능할까?’ 반신반의했지만 다행히 의식이 깨어나고 호전되어 제세동기를 삽입하고 퇴원했다. 이후 취업과 결혼, 출산 소식을 차례로 들고 나타난 환자가 기적 같은 삶에 감사해 할 때면 덩달아 뿌듯했다. “예전에 선생님이 들려주신 이야기가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병원에서 계속 뵐 수 있으면 좋겠어요!” 부정맥 파트 21년 차. 시술 후에도 정기 점검이나 배터리 교체, 상담과 교육 등으로 환자들과는 끈끈한 유대감이 이어진다. 환자들이 건네는 감사 인사는 새로운 인연을 기대하게 만드는 원동력이자 자긍심이 된다.
"상당한 체력과 집중이 필요해요. 나만의 목적과 전문성이 뚜렷해야 지치지 않죠."
오랜 시술 간호의 비결 2002년 내과 병동에서 심장검사팀으로 이동했다. 부정맥 시술 환자 업무는 의료기기의 특성과 알고리즘을 이해하고 환자마다 적합한 프로그램을 조율해야 한다. 그래서 1~2년 이상의 숙련 기간과 지속적인 공부가 필요한 분야다. 부서에선 콘퍼런스와 학회 활동을 통해 지식과 기술을 배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었다. 여러 케이스를 접하고 알아가면서 팀워크의 중요성을 깨닫고 업무에 대한 애착도 생겨났다. 오랫동안 모은 경험을 학회에서 발표하고 해외 전문자격증을 취득했다. 고위험 시술실에선 의도치 않은 응급 상황이 발생하곤 한다. 기관 내 삽관이나 수혈, 추가적인 시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고 다른 과에 협조를 요청하기도 한다. 긴장감과 체력적 부담이 뒤따른다. 주어진 일에 급급하면 사명감이나 전문성은 희석되고 소진감을 느끼기 쉽다. 그럴 때마다 팀원들과 응원을 주고 받으며 부서 워크숍, PI활동, 매뉴얼과 지침서 제작, 심장이식형 전자장치(CIED)의 수술 전후 관리 표준화 등 작은 목표들을 함께 달성해 나갔다. 또한 국내·외 학술 행사에서 사례 발표를 하고 타 병원과도 교류하며 의료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도모했다. 혼자가 아닌 함께여서 할 수 있었다.
▲ 권정해 차장이 송승원 사원과 전극에 의해 감지된 심장의 리듬을 확인하고 있다.(왼쪽) / 시술 환자의 인공 심박동기 프로그램을 조정하는 모습.(오른쪽)
"생사고락을 함께한 환자분들께 좀 더 도움을 드리고 싶어요."
환자를 살피고 나를 다듬고 오래전 할머니가 갑자기 쓰러졌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부정맥을 직감할 수 있었다. 서맥-빈맥증후군을 진단받고 우리 병원에서 인공 심박동기 시술을 받았다. 관련 업무를 하고 있었기에 빠른 대처가 가능했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한편으론 보호자로서 심장이식형 전자 장치를 삽입한 환자의 불편과 애로 사항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얼마 전에는 특발성 심실세동으로 어릴 때부터 고생하던 환자의 아버지가 병원으로 전화했다. 성인이 된 아들이 스스로 해야 할 줄 알아야 한다며 병원에 혼자 갔으니 잘 부탁한다는 내용이었다. “아들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선생님들이 있어 다행이에요.” 시술 시기에 맞춰 중단해야 할 약물을 복용하고 오는 환자들이 종종 있다. “깜빡하고 약을 먹고 왔어요.” 예정된 시술이 취소되어 환자와 의료진 모두 당황스러운 상황. 시술 일정을 연기하면서 머릿속엔 여러 질문이 떠오른다. ‘안내문에 어떤 문구를 추가하면 좋을까? 내원 전 다시 한번 확인 할 방법이 없을까? AI로 자동 알림 약물중단 관련 안내를 보낼 수 있을까?’ 마음을 다하면 21년째 반복되는 검사실의 일상도 매일 새롭다. 감사함을 담고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