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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외국인 환자와 서울아산병원을 잇는 간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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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23.10.10 | ||
외국인 환자와 서울아산병원을 잇는 간호
국제진료센터 김주연 대리
"전 세계 환자들을 대상으로 비대면 진료 상담을 진행하고 있습니다."-코로나 시대의 진료
간밤에 등록된 상담 환자 요청 리스트를 검토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환자가 보낸 현지 의무기록을 리뷰하고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의 의학적 소견을 서면으로 보내거나 줌미팅을 통한 원격진료를 진행하는 업무를 맡는다. 코로나19 시기에 하늘길이 막히면서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의 소견만이라도 들으려는 해외 환자들의 비대면 상담이 활성화됐다. 국제진료센터에서는 전 세계 환자를 대상으로 영어, 일본어, 중국어, 아랍어, 몽골어, 베트남어, 러시아어 7개 언어의 의료 통역을 지원하고 있다. 원격 상담을 받은 환자의 약 20%가 본원 방문 치료로 이어진다. 14명의 부서원이 24시간 외국인 환자를 응대하는데 환자 증상이 제각각이다. 최적의 진료와 검사를 의뢰하고 치료 전반의 서비스를 안내하기 위해 항상 분주한 하루를 보낸다.
"해외 환자 경험도 없이 시작했어요. 울고 싶을 때가 많았죠."- 해외 환자 적응기
외과 병동에서 간호사로 일하다가 2013년 국제진료센터에 지원했다. 정부의 외국인 환자 유치 활성화 사업이 막 시작되던 시기였다. 서울아산병원은 아랍에미리트 정부가 송출한 환자군 중에 장기 이식 분야를 주로 담당했다. 문화와 정서가 전혀 다른 중증 중동 환자에게 복잡한 이식 과정을 설명하는 것부터 난관이었다. 당시엔 아랍어 통역사도 없었다. 똑같은 기법과 약물에도 국내 환자와 다른 결과가 나올 때면 아랍에미리트 정부에 보고하거나 환자에게 설명하기 당황스러웠다. 의료진은 중동 환자에 맞춘 치료 프로토콜을 다시 마련했고 센터는 환자와 의료진의 원활한 소통 채널 역할을 담당했다. 특히 환자의 수술 후 회복을 위해 아랍 음식을 체계적으로 배우고 식단을 개발했다. 고생하며 쌓은 기반을 토대로 잘 치료받고 퇴원하는 해외 환자에게서 일의 의미를 찾아 나갔다.
(우) 회진을 앞두고 전인호 국제사업실장(왼쪽 두 번째)과 외국인 입원 환자 정보를 점검하고 있다. "온전히 외국인 환자 편에 서려고 해요. 국제진료센터가 그 역할을 해야죠."- 환자 편에 서서
근무 초창기에 아랍에미리트에서 온 11살 크론병 환자를 만났다. 소중한 딸의 배에 장루를 만들어야 한다는 진단을 듣고 환자 아버지는 다른 방법을 찾아내라며 윽박질렀다. 소아청소년과 오석희 교수님은 치밀한 치료 계획을 설명하면서 몇 개월에 걸쳐 설득했다. 국제진료센터 직원들은 수시로 환자 가족과 상담하며 환자에게 한국어를 알려주고 국제학교 진학을 도왔다. 의심과 경계를 늦추지 않던 환자 아버지가 마음을 열기 시작하자 의료진과 직원들을 가족이자 친구처럼 신뢰했다. 양국을 오가며 치료받던 환자는 성인이 되어 지난해 아기를 안고 나타났다. 새로운 가족을 꾸린 모습을 보니 울컥했다. 울고 웃으며 성장 과정을 함께한 사이는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낯선 나라에서 치료받는 환자들의 편에 서서 수준 높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애써온 보람이 느껴졌다. 본원을 찾는 외국인 환자가 늘어나면서 환자 동의서와 검사 안내문, 병원 안내도 등의 영문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정보가 한글로만 제공되어 환자나 의료진 모두 곤란할 때가 많았다. 국제진료센터 간호사들이 틈틈이 아미스 3.0의 검사 안내 문구 만여 개를 번역한 끝에 현장 적용만 남겨두고 있다.
"외국인 환자를 ‘내 환자’로 대해야 진정한 글로벌 병원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외국인 환자를 대하는 자세
2017년 보건복지부가 설립한 아랍에미리트 사전사후관리센터에 파견을 나갔다. 6개월간 있으면서 현지 의료 수준과 문화를 이해할 수 있었다. 2018년에는 러시아, 몽골, 아랍 컨시어지 협력업체가 국제진료센터에 상주하면서 한결 체계적인 업무를 수행할 수 있었다. 외국인 환자도 병원의 설립 이념에 담긴 ‘어려운 이웃’이라고 인식하면 해야 할 일이 분명해진다. 그래서 바쁜 와중에 외국인 환자를 치료하는 데 애써주는 진료과와 간호사, 직원분들에게 고마운 마음도 크다. 감염관리센터가 생긴 직후 코로나에 걸린 미군 환자가 서울아산병원에 온 적이 있다. 다른 대형병원에서 치료받던 고위험 산모였다. 격리 병상을 찾고 있다는 연락에 감염관리실과 상의하고 즉시 입원 절차를 진행했다. 무사히 환자가 퇴원한 후, 용산에서 평택으로 이전하며 뜸해졌던 미군 환자들의 방문이 늘었다. 치료 가능 여부를 빠르게 결정하고 수준 높은 치료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홍보 수단이라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글로벌 병원으로 도약하는 최접점에서 우리 부서와 내가 힘을 보탤 수 있다는 데 항상 자부심을 느낀다. 멀리서 찾아온 환자들이 회복을 경험하고 돌아갈 수 있도록 조금 더 열심히 뛰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