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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칼럼 7월] 감정 다스리기

감정 다스리기
 

서울아산병원 임상심리 전공의 이지수

 

 매우 우울해지거나 화가 나서 괴로워지면, 차라리 이런 감정에 아주 무뎌져서 어떤 동요도 경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바라기도 합니다. 어떤 분들은 ‘사소한 일에 울고 불고 화내거나 들뜨지 않는 쿨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심리 상담을 찾기도 합니다.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평정을 유지하는 것을 중요한 덕목으로 삼아, 이를 위해 정진을 권하는 종교도 있지요. 감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을까요? 심리 상담을 하고 나면 희노애락을 조절할 수 있을까요? 쉽사리 답할 수는 없지만, 오늘은 감정을 주제로 몇 가지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먼저, ‘감정은 적응의 산물’이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감정은 특정한 상황에서 유발되어 다음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우리를 준비시킵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지금 내 상태가 어떤 지 이해하고, 주변과 상호작용할 수 있습니다. 개인마다 다양한 변주가 가능하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유하는 일정한 감정의 시나리오가 있지요. 예를 들어 슬픔은 주로 자신에게 소중한 무언가(물건 또는 사람이거나 기억, 꿈꿔왔던 목표과 같이 대상은 다양할 수 있습니다)를 잃었을 때 경험하기 쉽습니다. 이전에는 즐거웠던 일에도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시무룩한 표정으로 몸은 쳐지기 마련이며, 사람들과도 만나고 싶지 않은 시기가 한동안 이어집니다. 이를 통해 우리 몸과 마음은 실을 받아들이고 애도할 수 있게 하고, 동시에 주변 사람들로부터는 지지와 격려를 이끌어냅니다. 슬픔을 느끼고 표현함으로써 우리는 상실감을 견디고 회복하며, 계속 살아갈 수 있게 됩니다. 감정 자체는 느껴지는 그대로 인정해줄 필요가 있겠습니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에 스스로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무조건 억누르고 회피하는 방식을 취하는 데 익숙해지면, 의식적으로는 정말 감정에 무딘 상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태에 익숙해지면 화가 날 일, 기쁠 일, 슬픈 일에도 자신이 어떤 감정을 느끼는 지 인식하지 못하게 되고 적절한 말로 그 상태를 표현하는 것도 어려워집니다. 이러한 경우를 ‘감정표현불능증alexithymia’이라고도 하지요. 하지만 감정을 경험하는 것은 ‘적응의 산물’이며 인간인 이상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그래서 '감정표현불능'의 상태가 지속되면 표면적으로는 매우 ‘쿨’한 상태로 보이지만 다른 방식의 어려움을 경험하게 됩니다.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하지만 이를 충분히 인식하거나 표현하지 않다가 갑작스럽게 두통, 복통, 호흡 곤란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됩니다. 이를 ‘신체화somatization’라고 하는데, 프로이트가 실신, 실명과 같은 신체 기능 상실이 억압된 감정 때문이라고 보았던 것과 유사하다고 하겠습니다. 이런 경우 첫번째 과제는 자신이 감정, 특히 부정적인 감정들을 나쁜 것, 피해야 하는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를 점검하는 것입니다.

 

  불편한 감정들이 올라왔을 때, 이것을 알아차리는 것이 다음 순서가 됩니다. "슬프다", "화가 난다"하고 분명한 생각으로 알아차리는 때도 있지만, 감정을 인식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신체 반응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얼굴에 열이 나고 심장이 빠르게 뛴다든지, 손발이 떨리거나 뱃속에 울렁거리는 느낌이 날 때, "내가 지금 화가 나나? 불안한가?"하고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감정들은 우리에게 중요한 메세지를 전달해주기 때문에, 우리는 역으로 나의 몸과 마음이 어떤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인지 살펴볼 기회를 갖게 되는 셈입니다. 예를 들어 '분노'는 주로 우리가 자신에게 중요한 것이 타인에 의해 침범 당했다고 느낄 때 경험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화가 날 때 우리는 그 상황의 어떤 요소들은 자신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닐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감정을 느꼈다고 해서 그것이 그 상황에서 곧바로 표현되어야 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부정적인 감정들을 피하고자 하는 데는 그것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잘 조절이 되지 않을까 봐, 그래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갈등이 생기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합니다. 실제로 감정이 격해지는 순간에 충동적으로 상처가 될 수 있는 말이나 행동이 나오기도 하지요. 하지만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상황마다 매우 다양하고, 그 중에는 공격적이거나 위험하지 않은 여러 선택이 있습니다. 화가 나서 상대방에게 바로 욕설과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있지만, 속으로 삭히는 분도 있고, 조목조목 이유를 대어 주장을 하기도 하고, 친구나 가족들에게 이야기로 풀 수도 있습니다. 산책이나 운동, 음악 듣기 등등 방법은 무궁무진합니다. 정답은 없겠지만, 문제는 상황이나 다른 사람의 처지를 고려하지 못해서 실제로 갈등이 심해지고 일터, 가족, 친구들 사이에서 곤란해지는 경우가 많을 때, 혹은 본인이 너무나 괴로워질 때 생깁니다.

 

결론은 이렇습니다. 감정은 느껴지는 그대로 인정하고, 주의를 기울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마음과 몸이 잘 살아보겠다고 스스로에게 보내는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감정 그 자체로 옳고 그름을 따질 수는 없겠습니다. 하지만 감정을 아예 느끼지 못하거나, 상황 맥락에 따라 적절히 표현하지 못하게 되면 다양한 방식의 어려움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러한 어려움을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워질 때, 주변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고 심리 상담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상담 과정에서는 어떤 단계에서 어려움이 큰 지 살펴보고 다른 가능한 선택을 고려하고, 연습하는 시간들을 갖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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