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의미를 찾아서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여성욱

  오스트리아 출신의 유태계 정신과 의사이자 심리학자인 빅터 프랑클(Victor E. Frankl, 1905 ~ 1997)은 2차세계대전 당시 직접 나치의 유태인 수용소 생활을 겪으면서 다음과 같은 현상을 관찰하였습니다. 매 순간 다가오는 끔찍한 죽음의 공포 가운데서 많은 사람들이 이미 자신의 삶을 포기한 채 살아가는 반면, 어떤 사람은 끝까지 인간의 존엄을 놓지 않고 지켜내는 것이었습니다. 과연 무엇이 이러한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것일까요? 그는 그의 저서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공간이 있다. 그 공간에는 반응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와 ‘힘’이 있다. 우리의 ‘성장’과 ‘행복’은 그 반응에 달려있다.”

“인간에게서 모든 것을 다 빼앗아 갈 수 있어도 단 한가지, ‘마지막 남은 인간의 자유’, 주어진 환경에서 자신의 ‘태도를 결정’하고, 자기 ‘자신의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 만은 빼앗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내가 아니라 옆 사람이 죽어나가는 걸 바래야 하는 상황. 그렇게 살아남았더라도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고 여길 만큼 비참한 현실. 빅터 프랑클은 그런 삶에도 ‘의미'가 있으며 그것을 찾아야 한다고 말하면서 철학자 니체의 말을 인용합니다. "왜(why) 살아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은 그 어떤(how) 상황도 견뎌낼 수 있다."

  삶의 원천은 부와 권력, 안락함이나 쾌락이 아닌 '삶의 의미'이며 그것이 인간 존재의 가장 강력한 원동력이자 행복의 근원이라는 것입니다. '삶의 의미’가 이 생애를 견딜만한 것으로 만들며, 어떻게든 이 생애에서 스스로를 견디게 해줄 '무언가'를 찾을 '의지'가 우리 각 사람에게 주어진 과제인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지에 대하여 그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를 제시합니다. 1) 무엇인가를 창조해 내거나 어떤 일을 함으로써, 2) 어떠한 일을 경험하거나 누군가를 만남으로써, 3) 피할 수 없는 시련에 대한 어떤 태도를 취하기로 결정함으로써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인생의 시련과 고통은 그저 우리를 힘들고 무기력하게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가운데 인간의 가장 고결한 존엄과 가치인 ‘진정한 자유’를 실현하게 하는 통로가 되는 것일지 모르겠습니다. 당장 한 걸음을 떼기도 벅찬 상황에서, 그대로 주저앉는 것이 아니라 다시 한 발자국을 내딛기로 결정하는 그 선택, 그러한 의지 자체만으로도 아주 소중한 ‘의미’를 갖습니다. 주어진 상황에 대하여 어떠한 태도를 선택 하느냐에 따라, 아우슈비츠와 같은 끔찍한 시련도 인간의 도덕적 가치를 실현할 중요한 가치로 만들어낼 수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