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칼럼
[정신건강칼럼 5월] 소통, 쉽고도 어려운 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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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쉽고도 어려운 일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김창남
우리는 의식하던, 의식하지 못하던 간에 늘 타인과 소통하면서 살아간다. 마트에서 물건의 위치를 모를 때 점원과 소통하고, 택시를 탈 때 조차 택시에 타겠다는 의사를 택시 기사에게 전달해야 한다. 주말 계획을 가족들과 상의하고, 직장에서는 팀과 일을 공유하고, 일의 처리 과정을 상사에게 보고해야 한다. 일상 생활 곳곳에서 숨 쉬듯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소통, 그만큼 제대로 소통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과연 이렇게 중요한 소통은 무엇일까?
소통의 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다. <출처: 네이버 어학사전> 1. 막히지 아니하고 잘 통함. 2.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음. 두 의미 모두 ‘서로’ 통하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이는 소통의 양방향성을 나타내고 있다. 다시 말하면, ‘일방적’인 것은 결코 소통이 될 수 없다.
20대 딸과 부모가 외래에 내원했다. 부모는 딸이 짜증이 늘었다고 이야기했고, 딸 역시도 부모님을 점점 더 견디기 어렵다고했다. 부모님은 자신의 이야기를 전혀 들어주지 않기 때문에 딸은 독립을 결심했고, 부모는 이를 반대하고 있었다. 부모 자녀간의 대화는 아래와 같다.
모: (딸의 기분이 나쁜 것 같으니 맛있는 것을 사주고 싶다.) 뭐 먹을래? 너 먹고 싶은 것으로 외식하자. 딸: 나는 보쌈 먹고 싶어. 모: (아이가 고기를 먹고 싶어하는 것 같다. 좀 더 제대로 된 음식을 먹는 것이 좋지 않을까?) 고기 먹고 싶으면 어복쟁반을 먹으러 가자. 딸: 왜 내 말을 듣지도 않을 거면서 물어보는 거야? 맘대로 해!
양쪽 모두 나쁜 의도로 대화를 시작하지 않았고, 제 3자의 입장에서 보면 딸의 입장, 부모의 입장이 모두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위와 같은 소통 방식이 매사에 반복된다면 딸이 부모와 전혀 소통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이를 포기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실제로 딸은 면담 시에 대학 진학, 진로까지 전부 부모님의 뜻대로 진행되었다고 하며, 부모는 딸도 (처음에는 반대했지만) 결국 동의한 일이라고 했다.
이러한 일이 일어나는 이유는 뭘까? ‘내 생각에’ 더 좋은 방법, ‘내 경험상’ 더 합리적인 결정이 소통에 방해가 되는 이유는 ‘일방적’이기 때문이며 이는 소통이 가지는 ‘양방향성’을 무시하는 일이므로 좋은 소통이 되기 어렵다. 상대방을 위하는 마음 자체는 소통에 나쁜 역할을 하지 않지만, 그 이전에 ‘상대방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 상대방이 느끼는 감정’을 아는 것이 제대로 된 소통을 하는 데에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주관적인 입장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기 때문에, 더욱 상대방의 주관적인 입장을 생각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좋은 소통이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노력이 필요한 것임을 알고, 더 좋은 소통을 위해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