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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칼럼 1월] 걷기의 인문학

걷기의 인문학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신동준

 

  병동에 입원한 환자들에게 하루 면담을 마치면서 항상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누워만 있지 마시고 이따가 왔다갔다 걸으세요.” 환자들은 귀찮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네’하고 마지못해 대답을 합니다.

 

  생각이 많고 머릿속이 복잡할 때 사람들은 가지각색으로 고민을 해결하려고 합니다. 어떤 사람은 오히려 더 생각에 몰두해서 해결책을 찾으려고 하고, 때때로 그렇게 해서 해결책을 찾아낼지도 모릅니다. 또, 어떤 사람은 고민 자체를 잊어버리려고 일부러 잠을 청하기도 합니다. 고민이 저절로 사라지기를 바라면서 말이지요. 그러나 그렇게 쉽게 해결될 고민이었다면 애초에 그건 고민이 아니었을 겁니다. 복잡한 생각들에 며칠을 괴로워하거나 기분이 우울해지지도 않을 겁니다. 만약 생각만으로는, 또는 문제를 외면하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에 부딪혔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떻게 하면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기분이 우울하거나 불안한 사람들에게 제가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억지로라도 몸을 움직이는 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쉽게 실천해볼 수 있는 것이 바로 ‘걷기’입니다. 가급적이면 건물 밖에서 걷는 것이 좋습니다. 자연 환경이나 다양한 건물들로 둘러싸여 있는 곳이라면 더 좋습니다. 팔다리를 움직이면서 가볍게 숨을 내쉬고 들이마십니다. 사람들을 지나치고 주변의 사물들을 살펴보기도 하며, 때로는 멍하게, 때로는 바람을 느끼면서 걷습니다. 단순한 목적지만 두고 별다른 의도 없이 가벼운 차림으로 산책하는 것이 좋습니다. 몽상을 해도 좋고 옛날 기억을 떠올리면서 걸어도 좋습니다. 그렇게 30분에서 1시간 정도를 정처없이 걷다 보면 조금씩 마음이 가벼워지고 생각이 정리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만약 하루의 산책에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면 다음날 또 하면 됩니다. 중요한 것은 규칙적인 산책이니까요.

 

  몸의 근육을 사용하고 호흡을 하면서 정신으로는 상상과 고독에 빠져보는 것. 걷기에 대해 말하기 위해 굳이 인간이 직립보행을 하는 영장류라는 인류학적 지식까지 꺼낼 것 없이, 걷는 행위는 수많은 사람들의 생각에 영향을 미쳐왔습니다. 중세 유럽 영혼의 구원을 좇아 순례길에 나섰던 사람들에게 순례는 곧 신에게로 ‘걸어가는’ 경험이었습니다. 독일 하이델베르크에는 18세기 철학자 칸트의 산책로로 유명한 ‘철학자의 길’이 있습니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길을 걸어서 마을 사람들이 그가 산책하는 것을 보고 시계를 맞추었다는 일화가 전해지지요. 철학자 루소는 『고백록』에서 이렇게까지 말합니다. “나는 걸을 때만 사색할 수 있다. 내 걸음이 멈추면 내 생각도 멈춘다. 내 두 발이 움직여야 내 머리가 움직인다.” 이처럼 걷는다는 것은 단순히 운동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사색과 영혼의 문제였습니다.

 

  우울하다고 해서 가만히 누워 있다면 생각은 맴돌게 마련입니다.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지만 결국 제자리로 돌아옵니다. 반면, 걸으면서 몸이 움직이고 볼거리들이 눈에 들어오면 생각이 움직입니다. 저명한 에세이스트 리베카 솔닛은 저서 『걷기의 인문학』에서 ‘보행의 리듬은 생각의 리듬을 낳는다’고 말합니다. 고정되어 있던 생각이 보행의 리듬을 따라 하나씩 풀려나가는 것입니다. 최근 한 논문에는 걷기가 창조적인 생각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실험적으로 밝혀낸 연구가 실리기도 했습니다(Oppezzo, 2014*). 가장 단순하고 하기 쉬우면서도 귀찮게 느껴지는 것이 바로 걷기입니다. 생각이 복잡하고 정리되지 않는다면 바람이라도 쐴 겸 동네를 한 바퀴 걸어보는 건 어떨까요? 걸으면서 지나온 자리에 ‘길’이 생겨나듯이 생각과 기분에도 새로운 길이 생길 수 있습니다.

 

*Oppezzo, M. (2014) Give your ideas some legs: the positive effect of walking on creative thinking. J Exp Psychol Learn Mem Cogn. 40(4), 114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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