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칼럼
[정신건강칼럼 12월] 좋아질 수 있을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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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질 수 있을까요?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여성욱
진료실에 들어오시는 환자분들이 자주 물으시는 질문 중에 하나가 바로, ‘선생님, 제가 좋아질 수 있을까요?’ 입니다. 치료는 오래 받고 있는데 특별히 나아지는 것은 없는 것 같고, 현실에 맞닥뜨린 문제들은 여전히 높은 산처럼 앞을 가로막고 있으니 막막한 심정에 하시는 질문일 것 같습니다. 마땅히 다른 해결책이 있는 것도 아니니, 마음이 안타까워지는 것은 듣고 있는 의사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실제로 너무나 힘든 현실 속에서 하루 하루 잘 견뎌내고 계신 환자분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지금도 이미 충분히 잘 하고 계시지만, 현실의 무게가 너무 무겁고, 바라는 삶의 모습은 저 멀리에 있기 때문에 그 간격이 너무 크게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이렇게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좌절과 절망을 느끼는 이유는 원하는 목표에 다다르지 못했을 때일 것입니다. 우리가 먼저 삶의 목표를 조금만 낮출 수 있다면, 그만큼 느끼는 좌절감의 크기도 줄어들 수 있겠지요. 지금 그대로의 내 모습에 더욱 만족하고 감사할 수 있다면, 좌절과 절망은 어쩌면 느끼지 않아도 될 감정들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또 한가지는, 잘 생각해 보면 우리 주변에는 생각보다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들이 많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 동안 자신의 문제에 골몰하여 혼자 힘들어하고 있었다면, 이제 주변을 돌아 보세요.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도움의 손길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우리 삶의 목표를 조금씩 낮추고 동시에 내가 동원할 수 있는 도움의 자원들을 조금씩 더 끌어 모을 수 있다면, 결코 오르지 못할 것만 같던 현실의 문제들도 어떻게든 오를 만 한 산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장대같이 쏟아지는 빗 속을 그냥 걸어갈 수도 있겠지만, 누군가 우산을 씌워준다면 훨씬 수월하게 갈 수 있겠지요.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 한 다리에 밧줄을 하나 더 연결한다면, 조심조심 한 사람씩은 건널만한 다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정신건강의학과는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한 우울함과 스트레스로 고통 받고 계신 분들께 그러한 역할을 해 드리기를 원합니다. 용기를 내어 문을 두드려 보세요. 같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다 보면, 쏟아지는 장맛비를 뚫고 갈 수 있는 작은 우산 하나를 얻게 되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