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장애의 이해

서울아산병원 임상심리수련생 박아름

20대 후반 C씨는 액션영화를 보던 중 심장이 갑작스럽게 빨리 뛰는 것을 느꼈습니다. 온 몸에 식은땀이 흐르는 동시에 오한을 느꼈고, 손이 후들후들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숨이 차올라 심호흡을 해보려고 노력했지만 오히려 숨이 더 가빠졌습니다. ‘이러다 죽는 거 아니야?’, ‘내가 미치는가 보다’라는 생각에 극심한 공포에 휩싸인 C씨는 영화관을 뛰쳐나왔습니다. 공황발작을 경험한 것입니다.

공황 장애는 불안 장애의 일종으로, 위와 같은 공황 발작을 핵심 증상으로 합니다. 신경 전달물질 체계의 이상과 같은 생물학적인 요인과 함께 다양한 심리사회적 요인이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공황발작을 경험한 분들 중 대다수는 스트레스 상황에 놓여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황 장애로 방송을 중단한 한 유명 개그맨은 방송에서 웃겨야 한다는 부담감이 극심했다고 토로한 바 있고, 오랫동안 마감 압박감에 시달려 온 한 웹툰 작가도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고 털어놨습니다.

공황 발작은 죽을 것 같은 극도의 공포심을 동반하지만, 실제로 죽음으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인지치료에서는 ‘죽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교정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는데요, 이러한 파국적인 생각으로 인해 심장이 더욱 빠르게 뛰게 되고, 공포심이 증폭되는 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공황 발작을 경험한 분들은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단지 ‘생각’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곧 들이닥칠 생생한 ‘현실’로 느껴진다고 말합니다. 그만큼 공황 발작이 몸에 남긴 기억은 강렬합니다. 이로 인해 또 공황 발작이 찾아올까 걱정되어 운동 같은 심장을 뛰게 할 만한 활동들을 삼가게 되고, 영화관이나 지하철 같은 폐쇄된 공간을 피하게 됩니다.

그러나 회피행동은 공황 장애를 치료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생활의 반경이 좁아지면서 삶의 즐거움과 활력을 빼앗기게 됩니다. 절벽 위에서 줄타기를 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Dean Potter는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이유로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두려움을 느끼고 빨아들이기 위해서”라고 말했습니다. 두려움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온 몸으로 느끼려는 태도가 역설적으로 두려움을 극복하게 만들어주고 그를 가장 담력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준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공황 발작이 몸에 남긴 공포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회피하고 움츠리기보다 공포와 불안을 수용하려는 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