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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칼럼 6월] 가장 적당한 시간은 없다

가장 적당한 시간은 없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신동준

 

  

  칼럼을 써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어떤 주제로 글을 써야 할지 좀처럼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글을 쓰기에 ‘가장 적당한 시간’을 찾아 매주 글쓰기를 미루었다. 평일에는 퇴근하고 나면 더 이상 머리 굴리기가 싫었다. 주말이 되었더니 ‘굳이 주말까지 일을 해야 하나?’하는 생각에 펜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기한이 하루 남았을 때에야 비로소 무거운 몸을 이끌고 책상 앞에 앉을 수 있었다.

 

  전공의실에 있으면 “빨리 주말이 됐으면 좋겠다.”는 말을 여기저기서 듣는다. 휴가가 얼마 남지 않았을 때는 “아, 빨리 휴가 기간이 되면 좋겠다.”면서 한숨을 푹푹 쉬기도 한다. 그런데 막상 휴가가 되면 설렜던 마음이 차갑게 식어버린다. 휴가가 끝나면 다시 일할 생각에 조금 우울하기도 하다. 만약 계획했던 일이 갑작스럽게 틀어지게 되면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한다. 몇 주 전부터 나는 ‘이 날 카페에 가서 하루 종일 과제를 해야지!’하며 기다려온 날이 있었다. 어김없이 계획은 무너졌다. 예기치 못한 일이 생겨서 하필이면 그 날 내가 당직을 서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소식을 들었을 때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내가 미래만 바라보면서 살고 있구나.’

 

  인간은 미래를 생각하는 동물이다. 미래를 생각할 줄 아는 능력이 사후 세계에 대한 생각과 장례문화를 만든 요인 중의 하나라는 주장도 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현재의 불만족스러움이 ‘가장 적당한 시간’을 꿈꾸도록 만든다. 그러나 꿈은 그 꿈을 꾸고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말처럼 정작 기다리던 시간이 오면 어느새 두근거림이 사라진다. 혹시 중간에 계획이 어긋나기라도 하면 화가 나기도 한다.

 

  임제 선사는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이라는 말을 했다. 풀이하면, “머무르는 곳마다 주인이 되어라. 지금 있는 거기가 바로 진리의 자리이다.”라는 말이다. 끊임없이 ‘가장 적당한’ 시간과 장소를 기다리고 있는 나를 보니, 내가 현재를 살지 못하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특별한 수단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 무언가 행복하고 즐거울 수 있는 일이 따로 있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에 ‘유토피아’를 기다리고만 있었던 것이다. 가장 적당한 시간 같은 것은 없을지도 모른다. 설령 그런 시간이 찾아온다고 해서 행복하지 않을 수도 있다. 여기 그리고 지금(Here and now)의 삶이야 말로 내가 살아내야 할 삶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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