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못 자서 힘들어 죽겠어요"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이주희

  주변에서 불면증이 있다고 하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불면증은 잠이 들기 힘들거나, 잠을 계속 유지하기 어렵거나, 너무 일찍 깨서 다시 잠들지 못하는 증상입니다. 불면증은 성인의 12% 에서 나타나는 흔한 증상이며, 일차 진료기관에 방문하는 환자의 5명 중 1명이 수면과 관련된 어려움을 호소한다고 합니다.

  불면증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증상입니다. 불면증의 가장 흔한 원인은 우울장애나 불안장애와 같은 정신과적 장애입니다. 이는 전체 불면증의 46%에 달합니다. 이런 경우 정신과적 장애의 치료를 우선시 해야만 합니다. 내과적 질환에 의한 통증, 호흡곤란 등에 의해서도 불면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원인에 따라 치료 방식이 달라 질 수 있기 때문에 불면증을 호소하는 환자를 만나는 경우 정신과적, 내과적 원인을 밝히기 위한 병력조사가 필수적입니다. 오랜 시간 동안 불면증을 앓아왔는데 진단 없이 약국에서 판매하는 약을 무분별하게 복용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불면증의 원인은 다양하고 복합적이기 때문에 원인을 모르는 상태에서 수면제만 복용하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수면에 어려움이 있다면 가까운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를 찾아가 진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불면증이 있다고 무조건 수면 유도제를 사용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불면증의 치료는 어떻게 이뤄질까요? 비약물 치료가 우선적으로 권고됩니다. 비약물 치료로는 자극조절, 수면 제한법, 이완훈련, 인지치료, 수면 위생 교육 등의 다양한 치료법이 있습니다. 이러한 치료법은 한 가지만 사용하지 않고 다양한 조합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약물치료의 효과는 수면다원검사 등의 객관적인 검사로 대부분 입증되어 왔습니다. 더욱이 비약물치료는 수면제 처방에 비해 장기적인 치료 지속 효과가 크고, 부작용이 적고, 의존성/내성의 위험이 없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비약물 치료는 대부분 약물치료에 비해 가격이 높고, 치료 기간이 4~8주 이상 걸리며, 익숙하지 않은 일차 진료의가 시행하기 어려우며, 환자의 노력도 상당히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어요.  수면제 사용이 불가피하다면 현실적으로 수면제를 사용하는 방법도 고려해야겠죠. 수면제는 단기적인 효능이 뛰어나, 4주 이내의 단기 불면증 치료로서는 매우 유용합니다. 우리가 예전부터 수면제라 부르던 약은 주로 벤조디아제핀 계열의 항불안제로, 깊은 수면을 늘리고 수면상태에 들어가는 데 걸리는 시간과 잠든 후 각성시간을 줄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수면제를 복용하면 단기적인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장기간 수면제를 복용하는 경우 약물 의존도가 높으며 장기간 복용시 기억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수면제는 4주 이내의 일시적인 불면증에만 사용하도록 추천되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부작용이 전혀 없는 완벽한 수면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불면으로 인한 고통이나 삶의 질 저하가 심하다고 판단할 때만 수면제를 사용해야 합니다. 의사와 상의 하에 원인에 따른 적절한 약제를 선택하여 사용하고 의도와 달리 장기 복용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전략을 갖고 치료를 받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