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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칼럼 9월] 왜 우리는 비극의 굴레로 되돌아오는가

왜 우리는 비극의 굴레로 되돌아오는가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심리수련생 민정향

 

 폭력적이고 잦은 외도로 배다른 자녀들을 지닌 아버지, 한없이 무기력하고 ‘아들’을 통해 자신의 인생을 보상받겠다며 집착하던 어머니. 그러한 부모 아래에서 성장한 L양은 가족을 항상 벗어나야만 하는 굴레로 느껴왔습니다. 삼킬 듯한 어둠으로부터 도피하듯 결혼을 서둘렀지만 그 상대는 묘하게도 그렇게 벗어나고 싶어했던 아버지와 닮아있습니다. 자존심을 내세우며 서슴없이 욕설을 하고 돌연 목을 조르며 구타하는 등의 폭력적인 행동, 연락이 두절된 채 여자들과 어울리는 모습까지. 하루에도 이혼 생각이 수십 차례 오르내리지만 두 살배기 아들의 재롱에 기대어 견디는 나날들이 이어집니다. ‘이제 나는 우리 아들 밖에 남은 게 없어.’ 자신도 모르게 L양의 머리 속을 맴도는 말은 역설적이게도 어린 시절 이해되지 않아 그토록 원망스럽기만 하던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리게 합니다. 결국 L양은 그렇게나 벗어나고 싶어하던, 불행감이 눅눅히 젖어있는 공간으로 되돌아 온 셈입니다.

 

 왜 우리는 나 자신을 괴로움으로 이끄는 선택을 되풀이 하게 되는 걸까요? 정신분석에서는 이처럼 비극적인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는 굴레를 ‘반복강박’이라는 용어로 설명해 왔습니다. 이는 과거의 괴로운 기억을 동일하게 반복함으로써 그 불행 이면의 박탈감을 채우고자 하는 무의식적 시도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특히 Dennis Wholey는 이러한 현상을 등장인물만 변경된 채 동일한 레퍼토리가 반복되는 연극에 비유하며, ‘안전지대(comfort zone)’라는 개념에 주목하였습니다. 그에 따르면, 아무리 고통으로 점철되어 있는 상황일지라도 그 불행 속을 거닐어온 자에게는 오히려 그러한 환경이 익숙한 안정감을 제공한다고 설명합니다. 한 번도 그 불행 너머의 세상을 경험해 본 적이 없기에 새로운 변화는 그저 낯설기만 한, 그렇기에 오히려 언제든지 사라져 버릴 수 있는 불안정한 신기루로 여겨지는 것이지요. 결국 과거의 괴로움을 반복하는 대상은 자신이 동일한 실수를 유발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불쾌하지만 낯설지 않은 불행’을 선택하게 됩니다.

 

 그렇기에 낯익은 불행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낯선 선택의 불안정감을 참아내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합니다. 물론 익숙하게 물들어 있던 방식에 대한 포기는 심연 속에 숨어있는 두려움과 회피하고 싶은 마음을 건드리기에 쉽사리 마음 먹을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그러한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선택을 직면하고자 하는 용기는 익숙한 괴로움의 이면에 나도 모르게 포기하고 있던 행복, 즉 과거에 그토록 원하던 소망을 만날 수 있게 할 것입니다.

지금 이순간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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