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칼럼
[정신건강칼럼 2월] 조현병 환자, 가족,사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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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 환자, 가족, 사회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김창남
정신건강의학과 안정병동(혹은 보호병동)에 입원하는 환자들의 주치의 생활을 하다 보면조현병 환자들과 그 보호자들을 만나게 된다.길다면 길고,짧다면 짧은 전공의 4년 동안 수 많은 환자들을 만나게 되지만 늘 새로운 환자만 입원을 하는 것은 아니다.이전에 입원했던 환자들을 다시 만나는 경험이 드물지 않고 그럴 때마다 다시 입원을 해야 할 정도로 증상이 악화된 환자와 가족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기가 어렵다.
40대 A씨는 조현병 환자이다. 21세에 조현병을 진단받았고,망상과 환청이 악화되면 정신건강의학과 안정병동 입퇴원을 반복했다.약물치료를 하면서 증상이 잘 조절될 때에도 경제활동을 할 수는 없었고 집안일을 돕는 것도 거의 할 수 없었지만 복지관에 나가서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활동하는 것은 가능했다.최근에 증상이 악화되어 약 일년 만에 재입원을 했다.입원할 때 다시 만난 A씨의 부모님은 몹시 지쳐있었다. A씨는 늦둥이 외동아들로 A씨의 부모님은 모두 70대 중반이다.나이가 들어 아들이 화를 내는 것을 더 이상 막기 어려웠다며 씁쓸하게 웃는 A씨의 아버지, 이번에는 꼭 좀 고쳐달라고 말하는 A씨의 어머니. A씨의 부모님은 이전보다 나이든 모습으로 아들에 대한 걱정을 하고 있었다.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우리가 책임질 수 있어요.그런데 우리가 먼저 가고 나면 형제도 없는 A는 어떻게 하나요?’
그저 조현병 환자의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이 모든 것을 감내해야 하는 것일까.사회가 모든 개인을 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문제에 대해 우리가 지나치게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조현병 환자들의 사회 복귀나 재활을 돕는 시스템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증상이 악화되었을 때 충분히 안전한 환경에서 치료받을 수 있는 법률도 중요하지만 일단 상태가 호전되고 나서 퇴원 후에 환자들의 생활을 돕는 것도 중요하다.그룹홈,복지관, 정신건강증진사업, 적절한 성년 후견 시스템 구축 등 조현병 환자들의 사회적 자립을 돕는 방법의 확충과 그것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며 이것은 누구 한명의 책임이라기보다는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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