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칼럼
[정신건강칼럼 12월] 술 마신 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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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마신 날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송가영
30대 회사원인 A씨는 평소 불면증과 불안장애로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약을 처방 받아 먹고 있습니다. 오늘은 회사 송년회가 있는 날인데, 다 같이 모인 회식자리에서 이전과 달리 갑자기 술을 안 마실 수도 없어 난감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A씨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여러 가지 정신과적 약물 중에 불안감, 불면을 조절하기 위한 신경안정제, 수면제 등은 술과 함께 복용할 경우에 심한 졸리움, 몸의 균형을 잘 잡지 못하는 것, 기억력 단기 상실 등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술 마신 날은 먹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한편 항우울제 등은 꾸준히 지속해야 효과를 볼 수 있는 약이고, 갑자기 끊었을 때에는 감기에 걸린 듯한 금단증상을 겪을 수 있기 때문에 함부로 갑자기 중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몇 가지 약제(삼환계 항우울제, 모노아민산화효소억제재 등)은 술과 함께 복용하였을 경우 심각한 심혈관계 부작용에 이를 수 있으므로 이러한 성분이 있는지 약사나 의사에게 꼭 확인해보아야 합니다.
그러나 술은 기존의 정신과적 질환 자체와 치료 효과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늘 주의가 필요합니다. 음주 직후에는 불안, 우울, 불면 등이 일시적으로 해소되는 것 같지만 술이 깬 후에는 오히려 그 증상들이 심해지게 됩니다. 증상에도 악영향일 미칠 뿐만 아니라 치료 중인 약물의 효과를 반감시키기도 합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술과 약을 같이 복용하거나, 그 두 복용 사이의 시간 차가 크지 않을 경우, 두 가지 물질의 상호작용으로 부작용을 겪을 수 있습니다. 약물 중 상당수는 술과 마찬가지로 간을 통해 대사되기 때문에 서로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신과 약을 복용하고 있다면 음주는 되도록 삼가는 게 좋겠지요.
음주를 삼가는 것이 치료 경과에 좋다는 것을 명심하시고, 어쩔 수 없는 경우에는 미리 외래에 내원하여 의사와 상의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