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너무 많이 해요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윤제식

한 어머니가 ‘게임을 너무 많이 한다’는 이유로 중학생 남자 아이를 데리고 진료실을 방문하였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외래에서 몇 차례 치료를 진행하고 심리 검사를 실시한 결과, 아이가 심한 우울증이 있고 부모가 아이에 대한 간섭이 심하며 또래 관계에서 왕따 등 문제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외래에서 아이의 우울증을 치료하면서 부모 양육 교육, 사회성 치료를 함께 시행하였고, 아이가 점차 밝아지고 게임에 쏟는 시간이 조금씩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최근 인터넷 게임 중독이 이슈가 되면서 부모가 자녀의 인터넷 게임 중독을 염려하여 진료를 원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게임 중독은 아직 정식으로 질병에 포함되지는 않았으나 많은 연구를 통해 중독으로 인정할 수 있는 근거와 치료의 필요성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모습을 보인다면 게임 중독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게임에 대한 내성이 나타나서 게임을 하면 할 수록 더 자주, 오래 하고 싶어지거나 게임을 안 하는 경우 금단 증상이 있거나, 게임에 지나치게 많은 노력과 시간을 쏟거나, 게임을 하기 위해 거짓말, 도둑질 등 규칙을 위반하는 행동을 하거나, 게임 때문에 대인관계가 악화되고 학업이나 일에 대한 성취가 떨어지는 경우입니다. 게임 중독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게임중독과 함께 우울, 불안, 주의력결핍장애, 대인 관계 문제 등 다른 문제가 함께 있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우울증이 있을 경우 학업, 일에 대한 의욕이나 흥미가 떨어져서 손쉽게 할 수 있는 게임에 많은 시간을 들이게 되고, 대인 관계가 위축되어 있는 경우 또한 혼자 즐길 수 있는 게임에 쉽게 빠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위의 아이도 게임 중독 이면에는 우울증, 부모와의 관계, 대인 관계 문제가 자리하고 있었고 이러한 문제점을 함께 치료해주자 게임 중독도 서서히 좋아지게 되었습니다. 아이가 게임을 많이 한다면 부모로서 걱정이 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게임을 못 하도록 다그치기 전에 혹시 아이에게 다른 문제가 있지는 않을지 주의 깊게 살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게임 중독이 학업, 일, 건강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심각하다면 정신건강의학과에 방문하여 전문적인 진단과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