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칼럼
[정신건강칼럼 10월] 실행의 중요성 | ||
---|---|---|
실행의 중요성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이수연
스트레스 심리상담센터에 상담을 받고자 온 30대의 미혼 여성인 A 씨는 본인의 외모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본인 생각에는 피부색도 검은 편이고 덩치도 남들보다 큰 것 같습니다. 거울을 볼 때마다 턱이 비뚤어 진 것 같아 큰 마음을 먹고 치과에서 교정 치료도 받았으나 남들이 보기에 크게 달라진 점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녀의 외모에 대한 불만은 스스로 표현하길 ‘휴일에 방안에서 혼자 게임만 하는’ 이유가 됩니다. ‘어차피 난 못생겼으니깐 사람들이 싫어할 것 같아’ 외출을 꺼리고, 머리 스타일을 바꿔보고 싶지만 ‘내가 미용실에 가봤자, 원하는 스타일을 잘 설명하지 못할 것 같아 무시당할 것 같다’ 는 생각에 그냥 머리를 기르고 있습니다.
평일에는 평범한 회사원으로 지내고, 주말에는 마음대로 집에서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그녀가 스트레스 심리상담센터의 문을 두드리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그녀는 이야기할 곳이 없고, 괜히 가슴이 답답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사실 그녀는 다른 사람들과 안정적인 관계를 원하면서도, 본인이 먼저 다가설 용기가 없었던 것은 아닐까요. 스스로 생각하기에 본인의 외모가 부족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본인을 싫어할 것이라고 마음의 선을 긋고, 혼자 방안에서 지내는 게 좀 더 쉬운 선택이었는지 모릅니다.
그녀를 담당한 상담자는 그녀와 함께 원하는 머리스타일을 생각하고 그것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후 그녀는 수년간 길게 기르던 머리를 자르고, 갈색으로 염색을 했습니다. 주말에 집에서 혼자 게임을 하던 시간을 30분씩 집 근처 공원을 달리는 시간으로 바꿨습니다. 작은 행동이었지만 그녀의 마음속에는 큰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달리기에 점차 흥미가 생기면서 달리기 동호회를 검색해보고, 얼굴이 익숙한 사람들과는 이제 간단한 눈인사도 합니다. 앞으로의 그녀의 계획은 동호회 모임에 직접 참가를 해보는 것 입니다.
새로운 대인관계의 시작은 누구에게나 어색한 순간입니다. 어색함을 견디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본인 스스로가 정한 한계 속에 숨는 것이 더 편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스스로의 한계를 깨고, 작은 행동이라도 그것을 실행에 옮긴다면 우리의 인생이 크게 변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