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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칼럼 9월] 그 한번의 관심

번의 관심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김인수

 

J씨는 이른 나이에 사업에 성공하여 넉넉한 부를 축적하였고, 배우자 또한 이해심이 많은 편으로 그의 크고 작은 결정들을 항상 존중해주었다. 슬하의 자녀들은 부족함 없이 성장하였고, 결혼해서 두 명의 귀여운 손녀까지 안겨드렸다. 몇 년 전부터는 일선에서 물러나 가족들과 해외여행을 다니기 시작하였고, 친구들과 골프를 치며 노년의 여유로움을 즐기고 있었다.

 

사업특성상 소송은 드문 일은 아니었다. 계약이나 투자 관련하여 뒤늦게 변심하여 소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었지만, 세금 한 푼 늦게 낸 적이 없을 정도로 준법정신이 투철하고 꼼꼼한 사람이라 문제가 되었던 적은 없었다. 그런데 이 번은 조금 달랐다. 재판부는 고소인의 손을 들어주었고 J씨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것은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그래도 그는 애써 담담했다. 잘못한 것이 없는데, 충분히 이겨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가족에게는 굳이 알리지 않은 채, 재산을 매각하며 자금을 모아보려 했다. 이미 70을 바라보는 나이였지만, 돈 문제라면 누구보다 잔뼈가 굵은 그였다. 그런데 그 작업은 생각보다 수월치가 않았다. 회장님 회장님하며 잘 따르던 세입자들도 예전같이 그를 대하지 않았다. J씨의 고민은 깊어졌다. 그 맘 때쯤 불면증이 시작되어 동네 정신과에서 항우울제, 수면제 등을 처방 받아 먹기 시작했다. 그러나 상황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J씨는 응급실에 실려왔다. 다량의 수면제를 복용한 채로 발견되어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 같이 온 아내는 남편이 힘들어하는 건 알고 있었는데, 자살 시도를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면담 중이던 의사에게 말했다. 겉에서 보기보다 그의 우울증은 깊게 자라있었던 것이다.

 

“우울증”이라는 말처럼 일상 속에서 흔히 쓰이는 진단명도 없을 것이다. 칼럼, 신문기사, 심리 관련 도서를 읽으며 “나도 우울증인가?”라고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이렇게 많이 사용되는 까닭에 그 본래의 의미는 퇴색해버려서, 누구나 살면서 한번쯤 겪게 되는 시기 정도로 생각하게 된 듯하다. 누군가가 옆에서 “나 요새 삶이 너무 힘들다, 우울하다”는 말을 하여도 심각하게 받아들이기보다 “누구나 힘들다, 안 힘든 사람 어디 있냐” 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형식적인 위로의 말만 건네고 마는 시대가 되었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서로에게 냉정해지고, 각자에게 요구되는 것이 많아진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 내 옆의 직장동료가, 친구가, 또는 가족이 던진 “힘들다”는 한 마디에 조금은 더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절실하게 본인의 이야기를 털어놓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내가 보여준 그 한 번의 관심이 죽음의 문턱에 서 있는 그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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