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칼럼
[정신건강칼럼 5월] 하루동안 기억이 사라졌어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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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동안 기억이 사라졌어요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심유진
A씨는 가끔 깜박깜박하는 경우가 있으나 생활에 문제 없이 지내던 가정주부입니다. 최근 이사와 아들의 이혼으로 걱정거리가 늘었지만, 다들 이 정도의 스트레스는 안고 살겠거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평소와 다름없이 지내고 있었습니다. 며칠 전 손주의 생일을 맞아 생일상을 열심히 준비하던 중, 갑자기 기억력 장애가 발생하였습니다. 최근 일주일 이내에 일어났었던 일들을 전혀 기억하지 못할 뿐 아니라 방금 전에 이야기한 것도 기억을 하지 못하여 자꾸 되묻는 행동이 반복되었던 것입니다. 자신이 만들었던 반찬을 다 꺼내서 누가, 언제 만들었는지 묻고, 가족들이 이야기해주어도 방금 들었던 말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의식은 명료하였고 가족들을 다 알아보았고 묻는 말에는 적절하게 대답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다음날이 되자 전날 있었던 일을 제외하고는 이전의 일들을 모두 기억해내었고, 이전과 다름없는 모습으로 되돌아 왔다고 합니다. 가족들을 A씨가 혹시 치매는 아닌지 걱정이 되어 병원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A씨는 일과성 완전 기억상실 (Transient Global Amnesia)을 겪은 것으로 보입니다. 일과성 완전 기억상실은 예전에 있었던 일을 기억해내거나,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는 것에 장해가 생기는 질환으로, 갑작스럽게 발생하고, 수시간 이내에 사라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주로 50대 이상에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으며 아무런 전조 증상 없이 발생하며 후유증을 남기지 않습니다. 질환의 병태 생리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밝혀진 것이 없으나 편두통이나 경련성 질환, 일과성 허혈 발작과의 연관성 혹은 격렬한 신체 활동이나 스트레스에 의한 발생 등 여러 가지 가설이 있습니다. 예후는 좋은 편으로 재발 확률은 매년 6% 미만이고, 일과성 완전 기억상실이 치매의 발생이나 장기적인 예후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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