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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칼럼 3월] 서투른 게 당연합니다. 잘하고 계십니다.

 

서투른 것이 당연합니다, 잘하고 계십니다.

 

서울아산병원 임상심리 전공의 이지수

 

일상 생활을 하다가도 문득 상담실에서 만난 내담자의 이야기나 치료자로서 제가 어떠했는지를 떠올릴 때가 종종 있습니다. 저는 근래에 수영 개인 강습을 시작했는데, '이것 꼭 심리 치료 과정의 우여곡절과 비슷하네'하고 한동안 머리에 맴돌았던 사건이 있어서 여러분과 나눠보려고 합니다.

 

참 이상했습니다. 25m 레인의 끝까지 헤엄쳐 가는 동안 팔 다리 동작은 박자도 맞지 않았던 것 같고, 숨도 차서 죽을 지경이었습니다. 그런데 수영 선생님이 나를 보며 "잘 했어요." 라고 했습니다. 분명 형편없이 보였을 텐데 의아합니다. '그냥 하는 말 아닌가? 거짓말일거야.'하는 의심이 먼저 듭니다. "전 아무리 생각해도 못한 것 같은데요?"라고 되묻는 질문에 "잘 했으니까 잘 했다고 하죠"하는 답을 듣고서야 피식 웃음이 납니다. '잘하고 있는 거구나' 하는 안도감과 뿌듯함입니다. '하긴 내가 선수도 아닌데?'하며 단 한번의 시도에 완벽한 자세를 기대한 제 스스로가 황당하고 우습단 생각까지 들면서 긴장이 풀립니다.

 

상담실 안에서도 비슷한 경우가 생깁니다. 이번에는 반대입니다. 상대방의 말에 상처 받고 화가 나도 늘 그 순간에는 웃고 넘긴 뒤 혼자서 괴로워하시는 분이 계셨습니다. 처음으로 상담실에서 자기 표현을 연습하려고 하자, 웃음만 나고 입을 떼는 것조차 어려웠지만 점차 상대방 역할을 맡은 제 눈을 볼 수 있게 되고, 목소리도 커집니다. 하지만 늘 ‘잘 못하겠어요’라는 말이 꼬리에 붙습니다. 그러나 몇십년 동안 해보지 않았던 '내 생각은요'이라는 말을 꺼내는 행위가 그 분에게는 엄청난 힘을 쏟아 끌어내야만 가능한 것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 분의 삶 속에서는 0에서 1로의 변화입니다. 그래서 그저 "잘 하셨습니다!"란 말로 답하게 됩니다.

 

심리 치료에서 다양한 목표를 세울 수 있습니다. 그 중에 ‘배우는 과정’도 포함됩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방식의 생각, 느낌, 행동들을 살펴보고, 앞으로 더 잘 사는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면, 처음에는 치료자와 함께, 나아가서는 일상 생활에서 연습합니다. 그런데 머리로는 알아도 말, 표정,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은 한 순간에 되지 않습니다. 오늘 치료실에서 배운 것을 일상으로 돌아가 가족, 친구, 상사에게 바로 적용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럴 수 있었다면 아마 우리가 상담실에서 만날 일도 없었을 겁니다. 수영장의 제가 새로 배운 발차기 박자를 머리로 계산하는 사이 몸은 이미 가라앉았던 것도 당연합니다.

 

하지만 상담실 안팎에서 여러 번의 시도가 쌓여갈수록 처음과 다른 모습을 보게 됩니다. 고수나 달인의 경지에 비교하면 형편없다는 생각이 들 지 모릅니다만, 처음 시작했을 때의 모습과는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게다가 익숙하지 않은 것을 시도하고, 포기하지 않는 데에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정기적으로 상담실을 방문하는 것 자체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이 고단한 과정을 버티고 있다는 표시이고, 그것은 온전히 내담자 스스로의 힘과 의지에 따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치료실에서 만나는 내담자나 저 스스로에게 말합니다. "서투른 것이 당연합니다, 잘하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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