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칼럼
[정신건강칼럼: 1월] 수면의 역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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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의 역설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강유리
50대 여성 A씨는 불면과 걱정을 주소로 내원한 여성이었다. 처음부터 A씨가 불면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식은땀이 나고, 몸이 뻐근하게 느껴지고, 머리가 무거웠다. 건강이 걱정되어 병원에 가보면 아무 이상이 없으니 스트레스를 받지 말라는 말과 충분한 휴식을 취하라는 말만 들었다. A씨는 최근에 자신이 숙면을 취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부터 잘 자야 돼’ 라는 생각을 하며 평소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그러나 너무 부담감을 가진 건지 평소보다 잠이 잘 오지 않았다. 그 다음날에는 ‘어제 잘 못 잤으니 오늘은 못 잔만큼 보충해야 돼’ 라는 마음으로 잠자리에 누웠다. 그러나 무슨 영문인지 첫날보다 더 뒤척이며 밤을 지새고 말았다. 이렇게 며칠을 보낸 뒤, A씨는 컨디션이 더 저하된 것 같고,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워졌다. 몸이 안 좋아진다고 느껴질수록, 잠에 대한 압박감도 눈덩이처럼 점점 커져만 갔다. 이제 A씨는 저녁만 되면, 그날 밤을 지샐 걱정으로 한숨부터 나왔다. 수면이 휴식이 아니라 스트레스를 주는 숙제처럼 느껴졌다.
불면증 환자는 수면 문제를 악화, 유지시키는 믿음과 걱정을 가진 경우가 많다. A씨의 경우, 야간에 수면과 관련된 걱정과 불안감이 오히려 높은 각성을 유발하였다. 또한 불면의 결과를 건강과 과도하게 연관 짓는 생각이 더욱 수면을 방해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처음부터 수면제를 복용하기보다 수면에 관한 잘못된 선입견과 긴장감을 줄이고, 수면 위생(*)을 점검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경우 불면증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A씨는 자신은 불면증을 금방 낫게 하는 약을 받으러 병원에 온 것이라고 하며, 수면에 관한 잘못된 믿음과 수면 습관을 교정하는 치료 방향을 듣고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러나 잠에 대한 생각을 지나치게 많이 한 것이 오히려 마음을 느긋하게 갖지 못하게 하고, 수면을 방해했다는 설명을 듣고, 그럴 수도 있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결국 A씨는 수면제 복용 대신 잠에 대한 부담감에서 벗어나는 연습과 올바른 수면 위생 실천하기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돌아갔다. 2주만에 진료실을 다시 찾은 A씨. “참 신기해요. 자겠다는 마음을 버리니까 잠이 오더라구요.”
*올바른 수면 위생 1. 침대에서 보내는 시간을 제한한다. 2. 수면 중에 시계를 보지 않는다. 3. 잠이 오지 않을 때는 침대 밖으로 나온다. 4.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기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