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저 성인 ADHD 인가요?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심유진

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깜빡 깜빡 하는 일이 많아졌다. 이러니 상사가 시킨 일도 자주 잊어 기한을 넘기기 일쑤다. 시간에 쫓겨 일하다 보니 실수도 많아지고 이것저것 빠뜨리는 것이 많다. 진득하니 앉아 일을 하려 해도 집중이 잘 되지 않고 계획대로 일을 할 수가 없다. '내가 말로만 듣던 성인 ADHD인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는 만 12세 이전에 발생하는 주의 산만과 과잉 행동, 충동성이 특징인 질환이다. 일반적으로 ADHD로 진단받은 소아의 약 절반 정도가 성인기까지 증상이 지속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과잉 행동, 충동성 증상은 감소하는 반면 주의력 결핍 증상은 지속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성인에서 보이는 ADHD 증상은 주의 산만하고 집중을 잘 하지 못하는 것으로 주로 나타난다. 잦은 실수와 건망증으로 계획을 세우거나 실행하기 어려워하며 문제 해결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직장 생활과 대인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 ADHD 증상을 호소하며 정신건강의학과 외래를 방문하는 성인 환자 수가 부쩍 늘었다. 그러나 성인기에 ADHD로 진단 받는 환자들은 소아기에 ADHD가 발생하였으나 진단, 치료 받지 않고 있다가 성인 때 진단받는 것으로 성인기에 갑자기 발병하는 것은 아니다. 성인에서 보이는 부주의, 산만함 등의 증상은 다른 정신과적 질환에서도 흔히 나타날 수 있는 증상들이다. 생각은 많으나 처리 과정이 느리고 결정하는 것이 어렵고 집중이 잘 되지 않는 우울증에서도, 산만하고 일은 벌리지만 끝맺음이 어렵고 생각의 흐름이 빠른 조증에서도, 불안하고 안절부절 못하여 주의를 집중하는 것이 어려운 불안증에서도, 특정한 생각이나 행동에 몰두하여 다른 사고로의 변환이 어려운 강박증에서도 보일 수 있는 증상이다. 꼭 정신과적 질환이 아니더라도 개인이 한번에 처리할 수 없는 정도의 방대한 정보가 쏟아지는 현대 사회에서 정보의 선별에 어려움을 겪고, 일시적으로 집중하지 못하고 산만해지는 증상은 정상 성인에서도 종종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자신의 증상이 성인 ADHD로 의심되는 증상과 일치한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와 면담하여 정확하게 진단을 받고 필요한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