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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밥은 먹고 일해?"_심장병원간호팀 채진호 사원
등록일 : 2022.09.28

"밥은 먹고 일해?"

심장병원간호팀 채진호 사원

 

심장내과 병동에는 심장이식을 받기 위해 입원하는 환자들이 있다. 심부전이 심해져서 심장이식 말고는 치료가 불가능한 환자들의 경우 공여자가 나올 때까지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몇 년까지도 입원한 상태로 건강하게 나갈 날만을 기다린다. 입사한 지 2년차가 되었을 때 심장이식 대기 환자를 처음 만나게 되었다. 심술궂게 생긴 눈매, 큰 키에 우람한 덩치의 환자는 오른팔에 주입 중인 강심제가 아니었으면 보호자로 착각하리만큼 건장했다.

 

“안녕하십니까, 담당간호사 채진호입니다. 환자분 어디 불편하신 데는 없으세요?” “어 왔어?” 누워서 반말로 한마디 하고는 혈압 재러 온 거 아니냐며 중심정맥관 반대 팔을 자연스럽게 쓱 들어 올렸는데 그 모습이 퍽 인상 깊었는지 2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솔직히 말하면 첫인상은 최악이었지만 겉으로 내색하지는 않았다.)

 

이식 대기가 장기화되고 특별한 시술이나 검사가 없어 환자가 무척 심심해 해서 근무가 끝나고 종종 잡다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보통은 환자가 이야기하고 내가 들어주었다. 아들이 있는데 지금 내 나이 정도 된다든지, 본인이 원래는 운동선수였다는 둥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참 많이 했다. 우연히 나와 고향이 같다는 걸 알게 된 후로는 장난도 종종 걸어왔다. 고향 특산물 좀 사다 달라는 장난을 많이 쳤는데 “나중에 기회 되면 사 드릴게요”라고 싱겁게 대답하고는 말았다.

 

그 후로 1년이 넘었을 때쯤 “밥은 먹고 일해? 오늘도 못 먹었지?” 묻길래 그냥 못 먹었는데 이따가 먹으면 된다고 답했다. 그런데 30분 뒤 갑자기 치킨 한 마리를 들고 와서는 간호사 스테이션에 막무가내로 놓고 갔다. 퇴근하고 나서 환자를 찾아가 갑자기 웬 치킨이냐고 물어보니 심장공여자가 나와서 곧 이식을 받을 예정이라고 했다. “아 씨… 잘 되겠지? 조금 무섭네…”라고 멋쩍게 말하는데 그동안 여러 치료나 시술을 받을 때도 그깟 거 그냥 하면 된다며 덤덤하게 넘어가던 환자였기에 약한 모습이 낯설게 느껴졌다.

 

“네~ 수술 잘 받고 건강하게 다녀오세요” 얘기하면서 손을 한번 꼭 잡았는데 한참을 가만히 있더니 웃으면서 “그래 이제 낫는데 뭐가 걱정이야~ 고마웠어! 그래도 우리 채 간호사가 있어서 병동에서 잘 있었지. 수술 받고 놀러 올게”라는 인사를 남겼다. 그렇게 이 환자의 1년이 넘는 심장내과 병동에서의 생활이 끝이 났다.

 

그리고 몇 주가 지났을 무렵 다발성 장기 부전으로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당장이라도 폴대를 끌고 나와 “채 간호사, 밥 먹었어?”라고 말할 것 같아서 처음에는 믿기지가 않았다. 나빠지는 상황 속에서도 티를 안 내려 부단히 노력하던 환자에게 한 번 더 괜찮으냐고 물어볼 걸, 쓸쓸하고 무서운 병원 생활을 이겨내기 위해 장난스럽게 말을 걸었을 때 왜 조금 더 친절하게 대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후회가 들었다.

 

그날 이후 삶을 위해 하루하루 치열하고 쓸쓸하게 나아가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내가 할 수 있는 온 정성을 쏟고 있다. 지금도 심장수술이라는 큰 수술을 앞둔 무서운 상황에서도 웃으며 고맙다고 내 식사를 챙겨준 환자의 마음을 헤아릴 수 없다. ‘1년이라는 시간 동안 감사하고 또 감사했습니다. 부디 좋은 곳에서 행복하시기를 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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