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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놓지 않은 희망_심장병원간호팀 김준아 사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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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23.10.19 | ||
놓지 않은 희망
심장병원간호팀 김준아 사원
명철(가명) 님은 시술을 받던 중 뇌경색이 발생해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다가 우리 병동으로 왔다. 당시 입사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비위관과 사지 신체 보호대를 하고 있는 환자를 어떻게 응대해야 할지 몰랐다. 보호자인 아내 역시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기에 담당 간호사에게 많이 의지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병동에서 큰 소리가 들려오면 환자의 섬망 증세가 나타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보호자는 곧바로 뛰어 나와 환자 상태를 봐달라고 했다.
병실에 들어가 보니 환자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면서 침상에서 계속 뛰쳐나오려고 했다. 보호자는 당황스러운 눈으로 나를 쳐다보면서 “이런 환자도 많이 보시나요? 우리 남편 시술하기 전에는 최고로 자상한 남편이었는데 너무 당황스럽고 안쓰러워서 보기 힘들어요. 남편이 다시 예전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겠죠?”라고 물어보았다.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순간적으로 많은 고민을 했고 “환자가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도울게요. 보호자분도 처음이라 많이 힘들겠지만 기운 내세요”라고 답했다.
그날 이후로 환자가 빨리 회복할 수 있도록 기본간호에 더욱 충실했다. 환자는 신체 보호대를 하고 있었지만 섬망 증세가 나타나면 격하게 계속 움직이면서 침대에 긁히는 일이 많았다. 그래서 더욱 자주 순회를 가면서 피부 사정이나 위생 간호에 집중했다. 내가 지금 당장 최선을 다해서 할 수 있는 일이 기본간호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 그랬던 것 같다.
환자는 입원 치료를 받으면서 약제 조절, 재활 치료 등을 통해 점차 나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담당 교수님은 직접 보조 장치를 구해 병동에서 걷기 연습을 시켜주기도 했다. 나도 환자가 나아질 수 있도록 함께 악수 연습을 하고 종이에 글쓰기 연습을 하기도 했다. 이처럼 모두가 옆에서 응원을 한 덕분인지 환자의 회복 속도는 눈에 보일 정도로 매우 빨랐고 우리 노력이 헛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뿌듯했다.
한번은 근무를 시작하면서 환자를 보러 갔는데 나를 보고 활짝 웃으며 반겨주었다. 그러면서 내 손을 잡고 조금은 어눌한 발음으로 “고마워”라고 말해주었는데 그동안 일하면서 힘들었던 마음이 치유 받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후 환자는 건강 상태가 많이 회복되어 재활의학과로 전동을 가게 되었는데 보호자가 떠나기 전 나를 찾아왔다. “선생님은 제가 평생 못 잊을 거예요. 이제 관 같은 거 다 제거했으니까 재활병동에 가서 재활 열심히 해서 완전히 나아진 모습을 선생님께 꼭 보여드리고 싶어요. 정말 고맙습니다”라고 말했다.
처음 환자의 섬망 증상을 겪었을 때는 포기하고 싶고 너무 힘들어서 많이 울기도 했다. 하지만 희망을 놓지 않고 최선을 다해 간호를 했고 결국에는 건강한 환자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간호사가 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힘든 상황을 마주해도 희망을 놓지 않고 간호하려 노력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