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이야기
[정신건강칼럼 4월] 전문가의 자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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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의 자세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 신용욱
전문가는 박학다식하기보다 특정 주제에 대해 깊게 아는 사람을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의 기대와 달리 전문가는 다양한 질문에 답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전문가는 질문에 대한 답이 명확하지 않거나 예외가 많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정신과 의사이지만 감히 사람들의 정신이나 심리를 두루 안다고 말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사람의 정신이라는 것은 어떤 이론으로 규정하고 일반화하기에는 너무 다양하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배웠기 때문이다. 따라서 속 시원하게 답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사람들의 심리에 대해 쾌도난마로 명쾌하고 재미있게 이야기하는 전문가들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올 따름이다.
어떤 사람이 전문가가 맞다고 치자. 사람들은 전문가의 말을 신뢰한다. 그러나 과연 그 사람은 진실을 말하고 있을까? 전문가가 진실을 말하지 않는 일은 자주 일어난다. 자신의 명성을 높이기 위해 혹은 대중의 마음을 사기 위해 크고 작은 거짓말을 하는 이들이 있다. 『거짓말을 파는 스페셜리스트』를 쓴 데이비드 프리드먼은 전문가들은 자주 편견과 부패, 게으름과 무능함 때문에 대중 앞에서 엉터리 주장을 펼친다고 주장한다.
의사의 말이라면 무조건 신뢰를 하던 시대도 있었다. 지금은 전문가의 권위가 땅에 떨어진 시대이다.교수들이 강의를 하면 학생들이 즉석에서 인터넷을 뒤져 본다. 단순한 지식 전달자로서의 전문가 시대는 종언을 고한 것이다. 전문가는 자신의 영역 안에서 끊임없이 연구를 하고, 과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주장을 할 때에만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토대 위에서 주장을 할 때조차 우리는 겸손해야 한다. 우리가 현재의 가장 엄밀한 방법론으로 한 톨의 모순 없는 사실을 밝혀내었다고 해도 시간이 지난 후에는 그 사실이 진리로 남아있지 않을 가능성을 항상 열어두어야 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