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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칼럼 11월] 정신과적 진단과 이를 대하는 사람들의 감정

정신과적 진단과 이를 대하는 사람들의 감정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강사 손승현

 

  올해 병원에서 했던 일들을 돌이켜 보니, 환자가 아닌 분들을 만나 궁금한 점에 답을 해드리거나 따로 상담을 진행하게 될 기회가 많이 주어진 한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정신과 진단을 받은 환자의 가족들을 만나 궁금하신 점에 답을 해 드리는 보호자 교육 시간이 제일 많았는데, 이번 칼럼에서는 보호자 분들을 만나며 느낀 점들을 글로 나누고자 합니다.

 

  정신과 진단은 환자뿐 아니라 보호자에게도 큰 영향을 끼칩니다. 어느 병마든 근심과 불안을 불러 일으키는 것은 마찬가지겠습니다마는, 정신과 진단을 받게 되면 가족 전체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는 상황이 더더욱 많이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받아들이기 힘든 사실을 받아들일 때의 여느 반응처럼, 부정-분노-타협-슬픔 등의 감정이 다양하게 휘몰아 치게 되는데, 그 중에서도 고립감으로 괴로워하시는 많은 분들을 보며 어떠한 말과 지식이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정신과적 질환의 여러 특성이, 보호자들을 힘들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현병이나 양극성 정동장애, 발달 장애 같은 병은 각기 흔하게 발병하기 시작하는 연령은 다르지만, 젊은(어린) 나이에 질환을 깨닫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앞으로의 성취가 많이 남아있는 젊은 환자에게 정신과적 진단이 내려질 경우 앞으로의 인생 중 가족과 함께 계획한 여러 목표를 수정해야 하고 무엇인가는 내려 놓아야 한다는 점이 가족의 마음을 힘들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더불어 진단 초기에 예후를 단정짓기 어렵고, 꾸준하고도 긴 치료가 지난 후에 환자의 경과를 알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경우 치료를 지속하는 과정에서 보호자들이 지치거나 무력감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아집니다.

 

  고립감, 특히 정신과 질환에 대한 사회의 편견으로 인해 발생하는 위축이 환자뿐 아니라 환자의 보호자분들에게 나타나는 일이 드물지 않게 찾아옵니다. 연구에 따르면 유병율 상으로는 절대 드문 질환이 아닌데도, 주변에서 같은 처지의 사람을 쉽게 찾아볼 수 없고 어떻게 해야 할 지 막막한데다 도움을 청할 곳도 마땅치 않게 느껴집니다. 환경이나 스트레스, 부양이나 양육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한다는 주변 사람들의 편견은 보호자들을 죄인으로 만들어 더더욱 사람을 위축시키게 만들고, 나아가 고립감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밟게 합니다. 때문에 보호자들의 정신건강을 지키기 위한 여러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질환의 원인과 진행에 대한 객관적인 지식의 전달이 필요합니다. 인터넷을 통해 질환에 대한 정보를 쉽게 얻게 된 것은 분명 좋은 일이지만, 예후에 대한 극단적인 경험담과 불확실한 대체의학, 여과되지 않은 편견 등이 동시에 존재하는 곳이 인터넷이기 때문에 믿을 수 있는 객관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앞으로도 의료진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나 발병에 있어 가족이 원인을 제공했다 생각하시며 자책하시는 일은 금물입니다.

 

  더불어 혼자서는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기 어렵다면, 자신과 비슷한 상황의 다른 보호자들을 만나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견디기 어려운 우울이나 불안이 계속된다면, 환자와는 별도로 본인 또한 정신과 의사의 도움을 받는 것도 한가지 방법입니다. 가족의 치료와 관련해서, 담당 주치의와의 적극적인 소통이 고립감을 줄이는 한가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궁금하거나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에 대한 적극적인 질문, 자신이 막연하게 질병의 원인이라고 추측했던 것들에 대한 확인. 예후에 대한 전망 등을 의료진과 공유하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보호자로서, 환자에 대한 걱정, 불안, 슬픔은 언제든 찾아오기 마련이지만, 그 감정을 24시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한다던지, 자책감 때문에 앞으로의 즐거움으로부터 스스로 멀어지려고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슬프고 힘든 일이 있다고 해서, 자신이 누리는 기쁨이, 간간히 나오는 웃음이, 가끔씩 던지는 농담이 죄가 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보호자 자신의 마음을 지치지 않게 잘 다독이고 기존에 누리던 즐거움을 유지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좋습니다. 저도 안으로는 최선의 진료와 최신 지식을 전달하고, 밖으로는 사회의 편견을 줄일 수 있도록 활발히 활동하는 의사가 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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