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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칼럼 : 3월] 가까운 사람의 자살로 인한 슬픔

 

가까운 사람의 자살로 인한 슬픔

 

정신건강의학과 임상강사 윤소영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은 상상하고 싶지도 않은 고통스러운 일이다. 갑자기 이러한 일을 마주하게 되면, 남은 이들은 그의 죽음을 부정하고, 분노하며, 슬퍼하는 과정을 수개월에서 수년 동안 경험할 수 있으며, 해마다 기일이 다가올 때면 더욱 힘들어하게 된다. 그렇다면 사랑하는 사람이 자살로 목숨을 끊은 경우는 어떨까?

 

외국에서는 전쟁이나 자연 재해와 같은 큰 트라우마 사건에서 살아남은 사람만큼이나 남겨진 사람들이 겪는 정신적 고통이 크다고 보고 있으며, 이들을 ‘자살 생존자(Survivor of Suicide)’라고 부른다. 자살 생존자는 자살 시도에서 실패하고 살아남은 이가 아니라, 사랑하는 가족과 지인을 자살로 떠나버리고 남겨진 사람을 의미한다. 누군가가 자살을 했다는 것은 일견 ‘스스로 원하여 자발적으로’ 삶을 버린 것으로 보여지기에, 자살 생존자들은 그 동안 이어왔던 고인과의 관계나 의미, 그리고 자기 자신까지 영원히 거부당하는 느낌에 큰 충격을 받게 된다. 그리고 무엇 때문에 고인이 자살을 선택했는지 끊임없이 자문하며, 자살을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를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떠올리고 자책한다. 어린이는 부모의 자살로 자신이 버림 받았다고 믿고 수치심을 느끼며, 자식이 자살을 한 경우 부모는 자식을 이해하고 돌보는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괴로움까지 더해진다. 이렇듯 가족이나 지인을 자살로 보낸 유가족들은 평생을 그리움과 죄책감으로 살아가며, 자신의 죽음까지도 자주 생각하게 된다. 실제로, 자살로 자식이나 부모를 잃은 이들은 자살 위험이 다른 집단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은 오래 전부터 OECD 국가 중에서 자살률이 1위였다. 대략 하루 평균 40명의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과 같고, 이는 교통사고 사망률보다도 높은 수치이다. 당연히 자살 생존자의 수는 이보다 월등히 많으며 우리 중 누구라고 자살 생존자가 될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많은 자살 생존자들은 고인을 떠나 보내는 애도 과정을 충분히 거치지 못한다. 남겨진 이들의 죄책감과 상실감이 큰 탓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자살이라는 오명과 책임을 묻는 듯한 주변의 시선 탓이 크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을 어떻게 누구에게 표현해야 할지도 모른 채, 긴 침묵과 고독 속에서 고통을 감내한다. 하지만 자살로 가족이나 지인을 잃은 경우도 역시 그 충격에서 회복되기 위해서는 충분히 이야기하고, 울고, 때로는 절규하기도 하면서 고인을 떠나 보내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이들의 고통은 또 다른 우울증과 자살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중요한 것은 자살이 고인의 자발적 의지에 의한 행위였다기 보다는 병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하나의 심한 증상’이었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점을 인지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를 통해 조금이나마 죄책감과 수치심을 덜어내고, 그가 자살한 이유에 집착하기 보다는 어떻게 그가 살았었는지를 생각하고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충분한 슬픔의 시간이 지나간 뒤에 자연히 따라오게 되는 과정이다. 주변에 가족이나 지인이 자살로 사망한 이가 있다면 섣부른 충고나 조언은 삼가고, 아무리 격한 감정이라도 표현하고 이야기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들어주는 것이 최우선이다. 나아가 전문가와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하거나, 비슷한 일을 겪은 이들과 경험을 공유하는 것도 때로는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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