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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칼럼 : 2월] 잘 싸우는 방법도 배운다 (형제자매 다툼에 대한 대처 방법)

잘 싸우는 방법도 배운다 (형제자매 다툼에 대한 대처 방법)

 

서울아산병원 임상심리 전문가 김해리

 

우리 아이들 안 싸울 수 없나요? 한 어머님의 질문입니다. 그 분은 자녀들의 이야기를 꺼내시며, 혼내거나 얼러봐도 중고등학생 자매의 싸움이 몇 년 째 계속 된다고 했습니다. 상황을 들어보니, 자매는 한 달에 두 어 차례 말다툼을 하지만, 티격태격 싸우다가도 둘이서 화해를 하고 평소에는 가깝게 지낸다고 하였습니다. 저는 내심 안도감을 느끼며, 아이들이 잘 싸우고 있으니 걱정하실 필요 없겠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싸우는 것이 잘 싸우는 것인가요? 어떤 싸움에 부모님이 개입해야 하나요? 정말 싸움은 피할 수 없나요?

 

우선, 싸움의 상황을 잘 살펴보세요. 아이들이 말로 티격태격하고 있다면,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서로 원하는 바를 표현하고 갈등을 해결하는 중요한 경험을 하는 중일 수 있습니다. 아무리 사이가 좋은 부부 간에도 다투는 일이 있습니다. 서로 다른 욕구와 필요를 가진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으니, 삶에서 갈등은 결코 피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상황에 맞게 자기 주장을 하고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아이들 간에 소리를 지르고 욕하거나, 물건을 집어 던지면서 신체적으로 다툼이 있다면, 부모님의 개입이 필요합니다. 우선 언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고 그다지 위험한 상황이 아니라면, 다음의 과정을 차례대로 해보세요.

 

첫째로는 아이들이 화가 났다는 것을 말로 표현해주세요(“둘 다 서로 정말 화가 났구나”). 둘째로는 아이들의 각 입장을 구체적으로 표현해주세요(“은영이는 이 블록을 갖고 놀고 싶고 지금까지 언니가 놀던 옆에서 기다렸으니 이제 자기 차례라고 생각하는데, 영은이는 아직 만들기가 끝나지 않아서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거네”). 셋째로는 이 문제가 어렵지만, 부모님은 아이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는 것을 표현해 주세요(“둘 다 같은 블록을 갖고 놀고 싶은 상황이니 어려운 문제구나. 엄마는 너희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어”). 그리고 자리를 비워서 아이들에게 시간을 주세요(“해결 방법을 둘이 생각해봐. 엄마가 다시 왔을 때 어떻게 할지 얘기해줘”). 하지만 아이들이 여전히 해결책을 생각해내지 못했다면, 부모님이 가능한 해결책들을 먼저 제안해주실 수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서로 합의가 되지 않는다면 부모님께서 정하신 해결책을 따라야 한다고 말씀하셔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스스로 타협할 수 있다는 믿음을 보여주시고, 타협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주시는 것입니다. 싸움의 당사자끼리 해결 방법을 생각해내지 못하면, 제 삼자의 의견을 따라야 한다는 배움의 기회도 됩니다.

 

아이들이 위험하게 싸움을 하는 상황을 살펴보겠습니다. 아이들이 서로 다칠 정도로 심하게 싸울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부모님이 단호하고 강한 어조로 아이들이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묘사합니다(“너는 동생에게 자동차를 던지려고 하는구나. 그리고 너는 형을 발로 차려고 하고 있고”). 아이들은 충동적으로 공격적인 행동을 하려고 하다가도,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듣게 되면 놀라서 멈출 수 있습니다. 그리고는 행동의 한계를 정해주시면서, 둘을 떼어 놓으십시오(“이건 위험해. 둘 다 진정해. 너는 네 방으로 가고 너도 네 방으로 가”). 아이들이 시간을 갖고 진정한 후에 함께 갈등을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에 대해 얘기해 보는 것입니다. 아이들 스스로 대화로 갈등을 해결하기 어렵다면, 부모님께서 중재하시면서 서로의 입장을 들어보고 표현해보는 것이 도움될 것입니다.

 

부모님들은 싸우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그간 자신의 양육 방식이 잘못된 것인지 의심스러워 합니다. 또한 형제자매 간 우애가 상해서 돌이키지 못할 결과를 초래할까 봐 불안한 마음도 커집니다. 그 결과 부모님이 나서서 해결책을 제안하거나, 아이들을 모두 혼내서 싸움을 종결하시려고 합니다. 하지만 부모님이 제안한 방법이 항상 가장 좋은 것은 아니고, 아이들과의 합의과정이 부족하다면 부정적 감정의 찌꺼기가 남습니다(“엄마는 ~ 편이야”, “나는 억울해”, ‘내 얘기는 들어주지도 않고”). 또한 평생 부모님이 아이들 싸움마다 개입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아이들 또한 그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우선 아이들의 싸움을 갈등 해결 방법을 배우는 기회를 여기시고, 느긋한 마음을 갖는 게 필요합니다. 그리고 위험한 상황에서는 부모님이 즉각적으로 개입하여 둘을 떼어 놓겠지만, 싸움의 최종 목표는 아이들 스스로 갈등을 해결하는 것임을 인식하시는 것이 도움될 것입니다. 결국 잘 싸우는 것은 위험하지 않게 자기 주장을 하고 당사자끼리 타협하며 합의안을 도출하는 것입니다. 도종환 시인의 말처럼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는 법입니다. 싸우지 않고 성장하는 아이 또한 없으니, 우리 아이들 모두 잘 싸우는 법을 배우면서 성장하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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