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이야기
[정신건강칼럼 : 1월] 소아 청소년의 중독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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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 청소년의 중독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권국주
중독이란 일종의 습관성 행위로 심리적 의존과 신체적 의존이 있어 특정 물질 (혹은 행위)를 중단하기 어렵고,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해치며, 이로 인해 사회적 직업적 장애가 발생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과거에는 마약, 술, 담배와 같은 물질 중독이 관심의 대상이었으나, 현재는 인터넷, 게임, 도박 과 같은 행위 중독 역시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중독은 아래와 같은 특성을 지닙니다.
1950년대 Olds 와 Milner는 실험용 상자 안에 쥐를 넣어두고, 쥐가 스스로 지렛대를 누를 때마다 자신의 뇌 부위에 전기 자극을 받도록 장치를 고안해 실험을 진행하였습니다. 대부분 쥐는 전기가 흐르면 놀라거나 불쾌한 반응을 보였으나. 특정 부위에 연결한 쥐에서는 정 반대의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이 쥐들은 반복해서 전기 스위치를 누르고, 심한 경우에는 수면, 식사를 거른 채 전기 스위치만 누르는 모습이 관찰되었습니다. 연구진은 쾌감을 느끼는 최종중추가 뇌에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했고, 이를 쾌락중추, 혹은 보상회로(reward circuit) 라고 부릅니다.
현재는 사람에게도 이러한 보상회로가 있다는 것이 알려져 있습니다. 보상회로가 단순히 쾌락에만 관여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은 보상회로를 통해 즐거움, 행복감, 학습과 기억과 관련된 동기부여 등에 필요한 적절한 보상을 제공받습니다. 보상회로란 인간의 생존에 도움이 되는 행동 (음식, 수면, 성, 사회적 활동)에 적절한 보상 (즐거움, 쾌감, 편안함) 제공하여, 사람이 보다 생존에 적합한 행위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조절 시스템입니다.
흔히 말하는 중독성 물질 (행위)란 이러한 보상회로를 강력하게 자극하거나., 관여된 신경 전달물질을 교란시키는 물질입니다. 이는 일상적인 물질 혹은 행위로 얻기 힘든 기분, 즐거움, 동기를 부여하며, 장기적으로는 보상회로의 장애를 야기하게 됩니다. 현대에 이르러 중독 물질 (행위)는 보상회로를 보다 정교하고 강력하게 자극할 수 있도록 발전해왔습니다. (신종 합성 마약류, 도박, 인터넷과 컴퓨터 게임).
흔히 커피를 처음 마시면 개운해지고 집중력이 오르는 경험을 해보셨을 것입니다. 하지만 매일 커피를 마시면 어떻게 될까요? 커피를 마실 때의 효과는 점차 사라지고,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졸리고 멍해서 하루 종일 무기력해지며 심한 경우 우울증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중독성 물질(행위)은 사용이 반복될 수록 사용시의 긍정적 효과가 사라지고, 사용하지 않았을 때의 부정적인 효과가 부각되는데, 이러한 현상을 중독의 만성화라고 부릅니다.
만성화된 중독은 뇌의 기능적인 변화를 넘어 뇌의 구조적인 변화를 불러오게 됩니다. 관련 신경전달물질 수용체의 활성과 숫자가 줄어들면서, 점차 유사한 자극에 둔감해지며, 같은 효과를 위해 보다 많은 양의 물질이 필요하게 됩니다. (내성) 또한 점차 보상회로의 기능에 문제가 발생하고, 보상회로가 조절하는 개인의 감정과 행동에 (때로는 영구적인) 변화를 초래하게 됩니다.
인간의 뇌는 소아 청소년기를 거치며 구조적인 변화가 일어납니다. 특히 소아기나 초기 청소년기는 보상회로를 제어하는 전전두엽의 기능이 완전하지 않아, 중독에 의한 자극에 매우 취약한 시기입니다. 또한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시기로. 이 시기 형성된 취향과 가치관은 평생을 가기도 합니다. 결국 소아 청소년기는 중독성 물질 (행위)에 특히 취약한 시기이며, 청소년기의 중독은 성인기의 중독으로 쉽게 이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청소년기에 중독문제를 보이는 아이들을 면담해보면, 이들에게 다양한 심리적 문제가 동반된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은 흔히 가정이나, 학교 혹은 지역사회에 적응도가 떨어지고, 또래관계의 지지체계가 부족하며, 성취감을 느낄 경험이 부족합니다. 또 인터넷, 게임, 술, 담배 등의 중독물질(행위)에 쉽게 매몰되고 집착하기도 합니다. 또한 청소년 중독 문제가 심각한 수준인 아이들에게는 흔히 치료가 필요한 수준의 정신적 문제가 동반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울장애, 사회공포증, ADHD, 품행장애 등이 흔히 동반되는 정신질환들입니다. 이들의 가지는 우울성향, 허무감, 낮은 자존감과 적응 문제는 이들이 쉽게 중독에 빠지도록 하며, 중독의 심각도와 정신병리의 심각도가 흔히 비례하게 됩니다. 따라서 중증의 중독문제를 보이는 청소년을 상담할 때는 이들의 숨겨진 정신병리를 반드시 감별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