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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칼럼 : 6월] 우리 아저씨가 갑자기 이상해졌어요 : 섬망에 대해서

 

'우리 아저씨가 갑자기 이상해졌어요' : 섬망에 대해서

 

60대 중반의 남성 A씨. 4년 전 우울, 불안증상으로 우리 과에 입원한 적이 있을 때 알게 된 환자입니다. 말수가 적고 내성적인 A씨는 ‘불안했다’ ‘잠을 못 잤다’ 정도의 간단한 증상 표현만 하던 분인데요. 오늘 외래에 와서는 늘 동행하는 부인이 심상치 않은 이야기를 합니다. “우리 아저씨가 생전 안 그랬는데 갑자기 정신이 이상해지고 난리를 쳤어요”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보니 A씨는 3일 전부터 갑자기 잠을 못 자면서 ‘누가 나를 죽이려고 한다’ 헛소리를 하고 ‘천정에 벌레가 보인다’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딸을 아줌마라고 하고, 부인을 못 알아보고 본인이 어디 있는지도 헛갈려 하시고 갑자기 집 밖으로 뛰쳐나가기도 했다는데요. 폭력적인 행동은 없었지만 얌전한 성격의 평소 A 씨답지 않게 화를 내고 부축하는 가족을 뿌리치는 등 다소 거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답니다. 이러한 모습은 하루 중에도 심할 때가 있고 비교적 차분할 때도 있어 기복을 보였다고 합니다. 부인의 얘기를 듣고 A씨를 보니 조금 안절부절 못하고 불안해 보입니다. A 씨는 본인 이름은 잘 이야기 했지만 본인이 몇 살인지도 헛갈려 하고 ‘오른손을 들어보세요’와 같은 간단한 지시사항에도 따르지 못했습니다. 뒤이어 시행한 진찰에서도 A씨는 집중력 저하, 기억력 저하 등의 인지기능이 저하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A씨 부인은 몹시 걱정을 하며 당장 이전에 입원했던 병동에 A씨를 입원시켜 달라고 하였습니다. 그렇지만 A씨는 응급실로 보내졌고 몇 가지 검사를 거친 후 우리 과가 아닌 내과에 입원을 하였습니다. A씨는 왜 이런 행동 변화를 보인 걸까요?

 

A씨의 진단은 섬망 입니다. 섬망은 일시적인 뇌부전 상태를 이르는 말로 위의 A씨 사례에서 보았듯 주의집중, 의식이나 지남력의 저하가 갑자기 발생하고 기억력, 언어, 공간지각능력과 같은 인지기능 상의 저하나 환각이 동반되며 하루 이틀 사이에도 비교적 증상이 심할 때와 경할 때가 구분되어 기복을 보이는 특성을 보일 때 진단합니다.

 

섬망은 다양한 원인에 의한 현상입니다. 전반적인 몸 상태가 좋지 않을 때, 예를 들면 몸에 염증이 있거나 탈수 혹은 영양 부족상태, 전해질 불균형, 쇼크상태, 간기능이나 신기능 부전, 큰 수술을 받은 후에 동반해서 나타날 수 있습니다. 또 뇌졸중이나 뇌출혈, 뇌수막염 등 뇌 자체의 문제나 사용중인 약물의 영향으로 발생하기도 합니다. 고령에서 원래 가지고 있는 지병이 많을수록 또는 치매를 이미 앓고 있는 경우에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특히 큰 수술을 받았거나 중환자실 케어를 받을 정도로 전신상태가 저하된 경우에도 흔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A씨는 다른 신체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섬망이 먼저 나타난 경우입니다. 섬망의 원인을 찾기 위해 응급실에서 시행한 혈액검사에서 염증수치가 높아진 것이 확인 되었고 CT에서 신장에 농양이 발견되었습니다. A씨는 신장 농양으로 전신상태가 저하되었고 그에 따른 증상으로 섬망이 발생한 것입니다. 

 

섬망의 근본적 치료는 이러한 원인을 교정해 주는 것입니다. A씨에게 나타난 섬망증상의 치료는 그 원인인 신장 농양을 치료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섬망 증상으로 인해 A씨처럼 소리를 지르고 불안, 초조, 불면 등의 증상이 있으면 병실에서 치료에 협조하기가 어렵고 본인도 지내기 힘들어집니다. 이러한 경우에는 항정신병약물을 소량 투여하여 행동이나 수면문제를 조절 할 수 있습니다. 환자를 안정 시키는 데에는 보호자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환자는 본인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혼란스러워하기 쉽기 때문에 병실의 불을 모두 끄지 말고 미등을 켜 두고 달력이나 시계를 배치하며 때때로 치료받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서 환자에게 설명해 주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가족이나 친척이 간병하고 자주 보는 그림이나 사진을 걸어두는 등 익숙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도 좋겠습니다.

 

A씨는 응급실에서부터 항정신병약물을 투약하였고 내과에 입원하여 항생제 치료를 받았습니다. 염증수치는 점차 호전되었고 섬망증상도 호전을 보여 내과에서 퇴원 후 평상시와 같은 모습으로 다시 우리과 외래에 방문하였습니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강사 이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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