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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칼럼 : 2월] 약을 거부하는 조현병 환자의 선택; 장기 지속형 주사제 (재개시)

약을 거부하는 조현병 환자의 선택 ; 장기 지속형 주사제

 

 
고혈압과 당뇨와 같이 만성 신체질환은 지속적인 투약을 통한 조절을 필요로 한다. 조현병의 경우도 만성 질환이며 오랜기간 약을 먹어야 되나, 질환의 특성상 조현병 환자 중 80%이상이 한차례 이상 상당기간 동안 의사의 권고에 반하여 약을 먹지 않는다고 한다. 조현병 환자가 약을 거부하는 데에는 여러 원인들이 있으나 조현병 환자 스스로 병을 앓고 있음을 인정하는 병식의 부재가 주요 걸림돌이다. 또한 매일 약을 챙겨 먹어야 한다는 자체가 환자에게는 자존감 저하 거부감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7000명 이상의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European Schizophrenia Health Outcome Study(SOHO) 연구결과에 의하면 조현병 환자에서 약물 복용의 중단은 재발 위험, 입원율, 그리고 자살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그러므로 조현병을 치료하는 정신과 의사에게 있어 지속적인 약물 투약은 가장 중요한 부분이면서 어려운 부분이다.

 

약물 순응도를 높이기 위해 여러 제형의 항정신병 약물이 개발되었다. 입안에 넣으면 바로 녹는 구강 붕해제나 액상 약물이 판매되었다. 그러나 이 또한 매일 복용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어, 장기 지속형 주사제가 개발되었고 주사제를 한번 투여하면 당분간 약물에 대해 깨끗이 잊어버리고 살아도 된다. 주사제는 일단 근육 내에 덩어리로 뭉쳐 있게 되며, 서서히 주변의 혈류 및 림프액을 통해 혈중이나 세포간질로 확산이 일어난다. 지방산으로부터 떨어져 나간 활성 약물 성문은 뇌에 도달하여 효과를 나타내게 된다. 주사 약물 종류에 따라 다르나 2 내지 4주에 한번씩 투여하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장기지속형 제제의 보험 급여 기준은 약물 복용에 대한 순응도가 낮아 재발로 인한 입원 경험이 있는 조현병 환자 (낮병동 입원은 제외)’로 되어 있다. 발병초기의 순응도가 좋지 않은 조현병 환자에서 처음부터 쓸 수는 없으며 단지 여러 차례 환자의 약물 순응도가 좋지 않아 재발이 있어야 하고 또한 입원 경험이 있어야 장기 지속형 제제의 약물 투약이 가능하다.

 

 장기 지속형 주사제는 체내로 전달되는 약물 흡수가 안정적이고 활성 약물의 체내 농도가 더욱 일정하고 예측 가능하게 유지된다. 위장관에서의 흡수 문제, 간을 통한 일차 전달 대사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환자의 입장에서는 매일 약을 먹을 필요가 없으며 가족들과의 실랑이를 할 필요가 없으며 보호자 입장에서도 약물 투약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없고 책임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 장기 지속형 제제는 주사제이므로 주사부위의 통증이나 과민반응이 있을 수 있으며 환자 입장에서는 강제로 투여받는다는 느낌이 들 수 있다. 또한 약물의 부작용이 발생한 경우 즉시 용량을 조절할 수 없기 때문에 대처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장기 지속형 주사제가 그동안 각광받지 못한 것에 비해 약물 순응도 문제에서 해방시켜준다는 강력한 장점을 가지고 있으므로 주사제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보다는 적극적 처방을 통해 시도해보길 권한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강사 박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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