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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칼럼: 10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의 시행에 즈음하여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의 시행에 즈음하여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과 김효원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괜찮아, 사랑이야>라는 드라마에는 모든 물건을 색깔에 따라 반듯하게 정리해야 하고, 화장실에서만 잠을 잘 수 있는 인기작가 동생과 감정조절이 어렵고 계부를 죽인 혐의로 복역하고 출소하자마자 동생을 찌른 형이 나온다. 그런데 알고 보니 동생은 어린 시절 계부와 형에게 반복적으로 심한 신체학대를 당했었고, 형은 계부에게 신체 학대를 당했을 뿐 아니라 모로부터도 “너 같은 놈에게 밥도 아깝다. 동생 밥 먹지 마라.” “나가 죽어.”와 같은 정서학대를 당했었다. 아동기의 학대경험이 이후의 성인기의 정신건강, 대인관계, 인격에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한 예이다.

 

아동학대란?

아동학대는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과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을 뜻한다. 이런 아동학대 사건은 수년간 급격하게 증가하여서 지난2002년 2,478건이던 아동학대사례건수가 2012년에는 6,403건으로 증가하였는데, 이는 10년 전과 비교하면 2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직접적으로 혹은 도구를 이용하여 신체를 가해하는 신체학대가 아동학대 사례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언어적 폭력이나 정서적 위협, 비현실적인 기대 또는 강요를 하는 정서학대나 유기 및 방임은 학대로 간주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아동에게 성적인 노출·추행·성교 혹은 성매매를 강요하는 성학대 역시 쉽게 인지되지 않고 있으며, 인지되어도 신고율이 매우 낮다.

 

개정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지난 9. 29일부터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시행되었다. 누구든지 아동학대범죄에 대하여 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하고, 특히, 의료인, 교사를 포함한 신고의무자는 아동학대를 확신한 경우뿐 아니라 의심만 있어도 신고해야 하는 것으로 신고의무가 강화되었으며, 신고하지 않으면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한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되면 경찰은 즉각 현장에 출동해 가해자와 피해아동을 분리하는 등 적극 격리할 수 있고, 판사는 가해자가 피해 아동에게 접근하는 것을 제한할 수 있으며, 중상해를 입혔거나 상습범에 대해서는 4년 동안 친권을 박탈할 수 있는 등 처벌이 대폭 강화되었다. 또한 기존의 성폭력범죄에 대해서만 적용돼온 피해자 국선변호사 및 진술조력인 제도가 아동학대범죄에도 도입됐으며 피해아동보호명령 제도가 신설돼 학대 행위자에 대한 형사처벌과 별도로 피해아동보호명령 청구를 가능하게 되었다. 아동학대 치사죄에 대한 형량이 늘었어서, 5년 이상 징역으로 바뀌었고 상황에 따라 무기징역도 가능하도록 했다. 상습 아동학대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나 아동복지시설 종사자에게는 가중처벌할 수 있게 됐다.

 

아동학대의 후유증

학대 행위는 대상 아동에게 신체적 손상은 물론 일생을 통해 치유하기 힘든 정신적 상처를 남기게 된다. 학대피해아동은 감정적으로 자기를 조절하는 능력이 저하되고, 스스로 벌 받아 마땅하다는 만성적인 무력감을 경험하며, 현저하게 자존감이 저하된다. 또한 기본적 신뢰감 형성의 결함으로 성인기까지 지속해서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경험하게 된다. 충동성이나 공격성으로 인해 또래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학교 폭력의 피해자나 가해자가 되기도 하고. 성인이 되어서도 폭력의 가해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 자살시도 및 위협, 자해행동도 흔히 보인다. 청소년기에는 비행, 범죄, 약물 남용, 학교 부적응을 겪기도 하고, 성인기가 되면 다소 다른 양상으로 우울증,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다중인격장애(혹은 해리)와 같은 정신과적 장애를 경험할 가능성도 높다.

최근에는 아동기에 학대를 경험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뇌영상 연구들에서는 전체 뇌 용적의 감소, 뇌실의 확장, 뇌량의 감소, 해마의 위축이나 기능저하, 편도체의 과활성화, 전두엽-해마 연결이나 전두엽-편도체 연결의 손상 등과 같은 뇌의 구조적, 기능적 이상이 다수 보고되고 있다. 이러한 연구들은 아동학대가 뇌발달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을 시사한다.

 

따라서 이러한 아동학대를 조기에 발견하여 지속되지 않도록 차단하고 아동을 안전한 환경에서 성장하도록 하는 것은 아동의 뇌발달 및 심리적 발달에 필수적이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의 시행으로 신고의무 및 학대아동에 대한 보호가 강화되는 이 시점에, 신고의무자뿐 아니라 누구라도 아동학대를 조기에 발견·신고하고 차단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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