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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칼럼: 9월]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

 

 

 

정신과 의사를 사적인 자리에서 만나게 되면, 사람들은 “나도 상담 좀 받아봐야겠다”라는 말을 우스개 소리로 비교적 쉽게 꺼낸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로부터 “정신과 의사 만나서 상담 좀 받아보라”는 말을 들으면 심하게 화를 낸다. “정신과” 혹은 “정신질환”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으며, 나 자신과는 전혀 상관없는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이 세상 어떤 가족이든 간에 (조금 먼 친척까지 포함하게 되면) 정신과적인 문제를 갖고 있는 가족 구성원이 한 명도 없는 가족은 거의 없을 것이다.

 

정신분열병은 인구 100명당 1명꼴로 발생한다. 매우 높은 수치다. 40대 이후 아주머니에서 우울증은 매우 흔하다. 한참 앞 뒤 안 보고 근무하는 아버지들에게 공황장애, 음주 관련 문제는 비교적 흔하게 나타난다. 젊은 여성들에게서는 식이장애가 흔하다. 어린 나이의 아동들에게는 자폐나 주의집중-과다행동 장애가 자주 나타난다. 할머님들은 치매 걸릴까봐 걱정하신다. 이렇듯, 정신과 질환은 매우 흔하게 나타나고 어느 가족에게서나 생길 수 있고, 또 어떤 경우는 쉽게 낫기도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편견을 갖고 바라본다. 가족 중에 건강에 크게 문제가 생긴 사람이 있으면 온 친척들이 모여들어서 걱정을 하지만, 가족 중에 정신분열병 환자가 있으면 친척들에게조차 쉬쉬하며 숨긴다. 물론, 밝히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최근의 일련의 사건들에서 “정신질환”이 자주 등장한다. 재정적 문제로 힘들어하다가 우울증으로 자살한 어머니, 정신분열병을 겪다가 남을 해한 아이, 음주 문제로 치료받다가 사고를 낸 아버지. 이 분들은 환자이기 이전에, 우리의 아버지고 어머니며 자식이자 형제이다. 이 분들은 피해야 할 사람들이 아니라, 문제를 같이 해결해 주어야 할 사람들이다. 농경사회에서는 가족들이 환자들을 같이 책임을 졌고 환자들도 농사를 도울 수 있었기 때문에 가족들과 함께 사람들에게 묻혀서 같이 살아갈 수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가족들도 나름대로의 사정으로 환자를 온전히 책임지기가 어렵고, 환자들도 할 수 있을 정도의 일들은 많이 사라지고 좀 더 복잡한 기술을 필요로 하는 일이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환자들은 점점 더 도태되고 사회로부터 떨어져나가게 되고 그러면서 문제가 생긴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저 무심할 뿐이다. 나에게 그런 일이 일어나지만 않으면 다행인 거다. 우리 모두는, 자신에게 해가 될까봐 그 사람들을 격리 시키고 나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기만을 바랄 뿐 그 사람들에게 과연 어떤 일이 있었는지 무슨 이유로 그런 일을 했는지는 전혀 알려고 하지 않는다. 그리고 무심코 이야기 한다.

 

“정신병자 같은 놈!”

 

우리 주변에서도 일어날 수 있고, 가족들에게서도 일어날 수 있으며, 바로 내 자신에게 일어날 수도 있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냥 방관만 하고 있다가 일이 터지고 나면 욕하기 바쁘다. 국가가 나선다고 완전히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문제인 것이고, 그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의 문제인 것이고, 우리 속에 포함된 나의 문제인 것이다. 당신이 무심코 내뱉는 한 마디

 

“정신병자 같은 놈!”

 

이 말 한마디가, 당신의 친구를 아프게 하고, 당신의 가족을 아프게 하고, 당신의 이웃을 아프게 하며, 결국, 당신을 아프게 할 것이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정 석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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