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이야기
[정신건강칼럼: 9월] 디오게네스 신드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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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 빌라 사건 피의자가 남편과 내연남의 시체를 수년간 안방의 고무통에 방치해두고 쓰레기 매립장처럼 쓰레기와 물건들을 쌓아둔 집안 내부가 공개되며 저장 강박증과 관련된 보도들이 있었는데요, 쓸데 없는 물건들을 버리지 못하고 쌓아두며 여러 문제가 발생하는 저장 강박증은 그 자체로 정신과적인 질병으로 분류되는 동시에 디오게네스 신드롬의 한 증상이기도 합니다.
알렉산더와의 일화로 유명한 그리스 철학자 디오게네스의 이름에서 유래한 디오게네스 신드롬은 ▶ 자기 자신의 건강, 상처, 위생, 외형적인 모습 등을 돌보지 않고 심하게 방치하는 행위, ▶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쌓아둠, ▶ 불결한 집안위생, ▶ 혼자 고립되어 있고 다른 사람의 도움도 받으려 하지 않음, ▶상기한 상태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 모습 등으로 나타납니다.
결혼식 날, 신랑에게 버림받은 이후, 거미줄이 늘어지고 먼지 쌓인 어두운 방에서 낡은 웨딩드레스를 입고 살아가는 ‘위대한 유산’의 미스 하비샴이 떠오르기도 하는데요,
이는 다른 정신과적 문제 없이 개인의 순수의지에 의해 야기되고도 하고 다른 정신장애(ex. 정신분열증, 우울증, 치매, 음주문제)에 따라 부수적으로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를 두고 전두엽 관리기능과 같은 뇌기능 문제로 설명하기도 하고 성격장애의 마지막 단계나 강박증상의 말기증상으로 보는 시각들도 있습니다. 발병 취약 요인으로는 ▶ 인지기능 손상이 있을 경우, ▶ 강박적 성격장애나 분열형 성격장애가 존재할 경우, ▶ 우울증이 있을 경우, ▶ 독거노인, ▶ 낮은 수입, ▶ 뇌졸중 등이 거론됩니다.
이들은 문제에 대한 인식이 없고 타인의 도움을 거부하는 것이 증상 자체이기도 하고 혼자 사는 경우도 많아서 스스로 전문적인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또한 현재는 디오게네스 신드롬이 공식적 진단은 아니고 전체 유병률이 크게 높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실제 도움을 거부하는 디오게네스 신드롬의 특성상 집계되지 않은 잠재인구가 좀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더욱이 노인인구 유병률이 높다고 보고되고 있는데, 1인가구나 독거노인이 증가하는 우리의 현실을 감안해 볼 때,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의 관심 뿐만 아니라 사회적 관심이 더욱 절실하게 느껴집니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심리전문가 노 은 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