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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칼럼: 8월] 소변을 지리는 아이

소변을 지리는 아이

“주영이는 초등학교 3학년 남자아이입니다. 밤에 소변을 지린다는 이유로 소아정신과 외래에 방문하였습니다. 주영이는 말을 배우고 걷는 등의 발달과정은 또래아이들보다 빨랐는데 유독 소변만큼은 잘 가리지 못했다고 합니다. 낮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지만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밤시간에는 계속 소변을 지려왔습니다. 주영이 아버지는 자신도 어려서 10살 때까지 소변을 못 가렸는데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지켜봐도 된다고 하여서, 병원에 데려오려 하는 어머니와 자주 다투곤 합니다.”

 

정상적인 발달을 하는 아동들은 만 2~3세가 되면 대소변을 가리게 됩니다. 먼저 낮밤으로 대변을 가리기 시작하고, 이후에는 낮 소변을 가리고, 마지막에는 밤 시간에도 소변을 참고 가릴 줄 알게 됩니다. 이렇게 알맞은 시기에 점차적으로 소변을 가릴 수 있게 되어야 하는데도 제대로 못 가리는 경우를 배설장애, 그 중에서도 유뇨증이라고 합니다. 유뇨증은 대체로 5세경에서는 아동의 3~7%에서 관찰될 정도로 흔하며, 나이가 들어가면 점차적으로 감소하여 10세가 넘어가면 2~3%에서 관찰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유뇨증의 원인은 유전적 요인, 중추신경계의 미성숙, 방광을 포함한 비뇨기계의 이상, 사회정신적 스트레스 또는 심리적 갈등, 부적절한 대소변 훈련 등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신체적인 원인을 배제한 이후에는 심리적 요인이 가장 중요합니다. 심리적 요인에는 대소변훈련을 지나치게 이른 시기에 일방적으로 강요 받은 경우나 입원, 이사, 사고, 동생의 출생 등의 스트레스를 예로 들 수 있겠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양육환경의 변화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생활을 이전보다 빨리 시작하면서 지나치게 이른 시기에 대소변훈련을 시작하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됩니다. 보통의 아이들은 만 2세경부터 배설활동을 조절할 수 있는 생리적 기능을 갖추어 나갑니다. 이전까지는 거의 반사적으로 배설활동을 하기 때문에 대소변훈련을 하더라도 효과적이지 못할뿐더러 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심한 스트레스를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다수의 육아서적에서 대소변훈련 시작시점을 생후 24개월 이후로 권하는 것도 아이들이 신체적 준비를 마친 다음에 대소변훈련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본격적인 대소변훈련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우리 아이가 대소변훈련을 할 몸과 마음의 준비가 되었는지 잘 살펴보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겠지요.

 

신체적 문제가 뚜렷하지 않은 유뇨증은 5~6세경까지는 기다려보기도 하지만, 7세가 넘어가면서부터는 적극적인 치료를 시도하게 됩니다. 이때의 아이들은 자신이 다른 친구들과 달리 소변을 지린다는 것에 대해 자존감이 떨어지고 죄책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유뇨증의 치료에는 배뇨 교육 및 훈련, 행동수정요법, 약물치료, 정신치료 등이 있습니다. 실제 임상에서는 약물이 효과적이어서 먼저 사용하는 경우가 많으나 약물치료의 경우 약물을 중단하였을 때 재발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다른 치료법과 함께 병행하게 됩니다. 그런 면에서 장기적으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역시 배뇨 교육 및 훈련입니다. 아이에게 배설에 관련된 기관의 기능과 정보를 알려주고 충분히 치료될 수 있다는 사실을 설명하여 자신감을 길러줄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낮 시간에는 소변이 마려운 것을 참도록 하면서 배뇨시간 간격을 점차 늘리는 등의 방광훈련을 하고, 잠자리에 들기 2~3시간 전부터는 수분섭취를 줄이고, 유뇨증 증상이 있는 밤중시간에 확실히 깨워서 오줌을 누이는 등의 방법도 도움이 됩니다. 보상체계를 이용한 행동수정요법 역시 아이들의 배뇨훈련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유뇨증은 대개 5~7세 사이와 12세 이후에 정신과적 후유증 없이 자연적으로 완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2차적으로 심리적 문제나 기타 다른 질환을 동반하는 경우도 많으므로 반드시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합니다. 특히 의도적으로 소변을 가리지 않는 경우나 청소년기 이후에 유뇨증이 시작된 경우에는 예후가 나쁜 경우가 많으므로 조기에 의학적 도움을 받는 것이 아이에게 이롭습니다.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 임상강사 박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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