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울적씨의 이야기

"나울적씨는 요즘 사는 것이 영 재미가 없습니다. 친구들은 봄이 왔으니 꽃구경도 가고 여행도 가자고 울적씨에게 이야기를 하지만 울적 씨는 꽃구경도 여행도 귀찮기만 합니다. 친구들의 제안을 모두 거절하고 울적 씨가 하는 일은 그저 집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입니다. 오늘은 주말을 맞아 함께 등산을 가자는 가족들에게 짜증을 내고 방으로 들어와 누웠습니다. 친구들이나 가족들이 이전과 달라진 자신을 위해 여행이나 등산을 권유하는 것은 알겠지만 이런 이야기를 듣는 것도 짜증이 날 때가 있습니다.
요즘은 울적 씨도 자신이 이상해 진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직장에서도 일에 집중이 안 됩니다. 늘 하던 일인데 자신감도 없고 요즘은 실수하는 경우가 늘었습니다. 게다가 하루 종일 머리와 어깨가 아프고 밥을 먹어도 소화가 안 되어 직장에서 앉아있는 것도 힘들 때가 많습니다. 집에 돌아오면 쉬려고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자리에 눕지만 이런저런 걱정들을 하다보면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합니다. 이렇게 누워 있다 보면 괜히 서러운 생각이 들고 자신이 쓸모없는 인간인 것 같아 눈물도 자주 흘립니다. "

나울적씨는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울적씨와 같은 증상이 2주 이상 계속된다면 우울증으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 우울증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증상은 우울한 기분이 지속되는 것과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외 에도 우울증일 때는 기운 없음, 신체 통증, 자신이 쓸모가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 죄책감, 집중하기 어려움, 식욕이나 체중 변화, 수면 장애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흔히 우울하면 식사도 하지 않고 잠도 자지 못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우울증 중에는 평소보다 식욕이 늘어 폭식을 하거나 수면 시간이 늘어나는 유형도 있습니다.
우울증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흔한 정신장애 중 하나입니다. 일반적으로 인구의 10%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추정됩니다. 우울증은 여성에서 2배 정도 많은데 이는 여성의 호르몬 변화나 사회적, 문화적 스트레스가 여성에서 더 많고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제한적이기 때문으로 생각됩니다.
우울증의 원인으로 유전적 요인, 생물학적 요인, 심리적 요인, 환경적 요인, 성격적 요인 등 다양한 요인들이 고려되고 있지만 어떤 것도 단독으로 우울증의 발생을 설명하지는 못합니다. 일반적으로는 유전적, 생물학적으로 우울증의 소인이 있는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 우울증이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우울증의 치료는 크게 약물치료, 심리사회적 치료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우울증에 사용되는 약물들은 각기 다른 기전을 가지고 우울증의 뇌에서 적절히 작용하지 못하는 신경전달 물질들인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도파민 등의 작용을 안정시켜 줍니다. 약물에 따라 그 특성이나 다른 약물들과의 상호작용 정도나 범위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같은 우울증이라도 어떤 약물을 치료제로 선택하는 지는 중요한 문제 입니다.
심리사회적 치료로는 인지 치료, 대인관계 치료, 행동 치료 등이 있습니다. 인지 치료는 ‘사람들은 모두 나를 싫어한다.’와 같이 왜곡된 부정적인 인지를 보다 긍정적인 인지로 변경하고 연습을 통해 새로운 인지 체계를 습득하는 것입니다. 대인관계 치료는 우울증의 발생과 유지에 대인관계의 어려움이 주요한 역할을 한다는 가정 하에 이를 개선하기 위해 의사소통 기술과 사회성 기술 등을 익히도록 합니다. 행동 치료는 인간의 모든 행동은 학습된 것이라고 보고 새로운 학습을 통해 부적응적 행동이나 환경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치료를 말합니다.
현재로서는 약물치료와 심리 사회적 치료가 병행될 때 우울증의 치료 효과가 가장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울적씨와 같이 우울증이 있는 경우 모든 것이 비관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치료에 대한 희망을 갖기 어려워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주변에서 치료를 권유하는 경우에도 두려움이나 좌절감 때문에 치료를 거부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울증은 적절한 치료로 호전과 재발 방지가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