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빈혈’이라는 말을 ‘어지럼증’과 혼동하여 사용한다. 하지만 ‘어지럼증’이란 일시적으로 쓰러질 것 같다든지, 주변의 사물이나 자신이 빙글빙글 도는 것 같은 어떤 ‘증상’을 말하는 것이고, ‘빈혈’이란 의학적으로 혈액 중에 혈색소(헤모글로빈)가 모자라서 산소의 운반이 원활하지 못하게 되어 몸 전체의 기능을 떨어뜨리는 ‘질병’을 의미한다. 빈혈이 있으면 어지러울 수도 있지만 어지럽다고 다 빈혈이 있는 것이 아니므로 본인이 어지러운 증상이 있다고 해서 자신을 빈혈 환자로 여기면 안 된다.

심한 빈혈은 어지럼증보다는 운동 시 호흡곤란이나 만성 피로, 피부가 노란 것을 주된 증상으로 병원을 방문하였을 때 주로 진단되고, 가벼운 빈혈은 검진이나 신체검사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또, 창백, 심계항진, 두통, 소화불량 등의 다양한 증상을 동반할 수도 있다.

빈혈은 가임기 여성 중에는 월경량이 많은 사람, 임산부처럼 혈액을 많이 필요로 하는 사람, 위절제술 환자, 장에서 출혈이 될 수 있는 치핵, 치열 등의 항문질환이나 염증성 질환, 내부 종양, 위에서 출혈이 잘 되는 궤양 환자나 악성 종양 환자에서 많이 발생한다.

빈혈이 있고 없음을 진단하는 것은 간단한 혈액 검사로 가능하다. 혈액 속의 혈색소(헤모글로빈)의 농도를 측정하면 되는데 이 검사법은 매우 정확하며 가격도 비교적 저렴하다.

보통은 자동혈액분석기를 이용하여 검사하고, 혈색소 외에 적혈구용적, 평균 적혈구용적 등도 같이 측정하여 빈혈의 상태뿐만 아니라 대체적인 원인까지도 알 수 있다. 혈색소가 남성은 13g/dL 미만, 여성은 12g/dL 미만이면 빈혈이라고 한다.

빈혈의 가장 많은 원인인 철결핍성 빈혈의 평가를 위해서는 혈청 철, 혈청 페리틴, 총철결합능, 트랜스페린 포화율 등을 검사한다. 또한 그 선행 원인을 알아보기 위해서 가임기의 여성에서는 월경과다의 여부를 확인한다. 남성이나 폐경 후 여성에서는 위와 장의 내시경 실시를 고려할 수 있으나 이는 단골의사와 상의하도록 한다.

일반적인 빈혈은 사망에 이르게 하는 치명적인 질환은 아니다, 그리고 증상이 없는 빈혈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할 때 유병률이나 사망률을 감소시킨다는 증거 또한 빈약하다. 따라서 사망률을 줄이기 위하여 빈혈 검사가 꼭 필요하지는 않지만, 빈혈이 만성 피로 같은 뚜렷하지 않은 증상으로 온몸의 장기들의 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는 점, 가임기 여성에서의 높은 유병률, 한 번의 저렴한 혈액 검사로 간단히 진단이 가능한 점, 철분제의 복용만으로 치료효과가 좋은 점 등을 감안하여 빈혈 검사는 일반적으로 모든 건강검진의 항목에 포함되고 있다. 특히 빈혈이 생길 경우 태아에게 심각한 성장 장애를 초래할 수 있는 임산부와 위 절제술을 받은 환자같이 철분이나 비타민의 흡수 장애가 있는 환자에게는 주기적인 빈혈 검사를 적극적으로 권장한다. 건강인에 대해서는 2007년 미국 소아과학회에서 월경을 하는 모든 청소년에서 적어도 1회, 주로 15세 때 혈색소 검사를 추천하고 있는 것이 유일한 권고다.

빈혈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철분이 많이 함유된 음식을 자주 먹는 것이 좋다. 철분은 흡수율이 낮으므로 흡수를 도와주는 영양소와 함께 섭취하여야 더욱 효과적이다. 철분의 흡수를 도와주는 영양소에는 단백질, 비타민 B12, 비타민 C, 엽산 등이 있다. 또 커피나 녹차는 철분을 몸 밖으로 배출해내는 성질이 있으므로 빈혈 환자는 복용을 피하도록 하고, 특히 식후에 마시는 차로는 더욱 좋지 않다.

참고 : 건강검진 내비게이터 (김영식, 선우성 저, 2012, 하서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