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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칼럼 6월] 상담을 하는 데 마음이 더 복잡하고 힘들어졌어요.

상담을 하는 데 마음이 더 복잡하고 힘들어졌어요.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심리수련생 이지수

 

 

심리적인 문제를 드러내면 의지가 약한 사람으로 무작정 매도되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정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관련한 정보도 도처에서 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나도 상담을 받아볼까?’ 마음을 먹고 정신건강의학과와 스트레스 심리상담센터에 방문하셨다는 분들을 종종 뵈면서 문턱이 낮아지고 있음을 실감합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상담’, ‘상담가', ‘상담실' 하면 어떤 장면들이 떠오르시나요? 우리 모두 살아온 삶의 궤적이 다르고 그 안에 담고 있는 이야기도 제각각인만큼, 상담실에 찾아오며 기대하는 바도 천차만별입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상담에 대한 기대와 관련해서 제가 자주 들었던 하나의 질문에 나름대로 하나의 답을 해보려고 합니다. “상담을 하면 정말 좋아지는 지?”라는 질문인데, 그저 “그렇다”고 답하기에는 충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 질문은 하나가 아닌 상담의 여러 측면들에 대한 궁금증을 포함하고 있고, 우리가 상담에 대해 가질 수 있는 환상과 오해와도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구체적으로 하나 하나 살펴보는 것은 다음 기회로 미루어 두고, 오늘은 질문을 이렇게 바꾸어 보면 어떨까 합니다. “상담을 하면 좋아지는 게 맞나요? 왜 더 힘이 들죠?”

 

결론부터 이야기해서 만약 상담을 시작했는데 이런 의문이 든다면, 반가운 마음을 한켠에 가져도 될 것 같습니다. 나아지기 위한 과정에 들어섰다는 신호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나아지는 것’은 결국 현재는 어딘지 불만족스럽다는 뜻이고, 나를 괴롭게 하고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들이 있다는 말입니다. ‘좋아지기’ 위해서는 이 괴롭고 고통스러운 것들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과정이 필수적이겠지요. 그래야만 내가 바라는 것은 정말 무엇인지, 어떻게 하고 싶은 지, 어떻게 할 수 있을 지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사실 우리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 본능적으로 고통스러운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사람, 상황, 기억들에 대처하는 나름대로의 기술을 다 가지고 있습니다. 믿을 만한 사람에게 괴로운 상황을 실컷 이야기해서 털어버리기도, 웃음으로 바꾸어 버리기도, 즐거운 오락들로 잊어버리기도 합니다. ‘에그머니나’ 눈을 질끈 감는 것처럼 모른척 하기도 하고, ‘이건 꿈일 거야’하고 인정하지 않고 넘어가려고도 하구요. 사람마다 자주 쓰는 방법은 다르지만 어쨌든 매일 매일을 살아나가려면 괴로운 일을 당하더라도 그 고통에 압도되고 떠밀려가지 않도록 이러한 기술들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마음에 너무 깊은 상처를 낸 일들에 대해서는 그 고통을 일상적인 기술로 처리할 수 없습니다. 그 고통은 시간이 흘러도 마음 속에서 계속 발길을 잡고 괜히 우울하고 무기력해지거나 자주 화를 내거나 쉽게 불안해지게 만들 수 있습니다.

 

상담은 이렇게 떠올리는 것조차 힘든 고통에 다시 다가가는 과정을 포함합니다. 그래서 당연히 마음이 더 복잡해지기 십상입니다. 머리가 아플 때 먹으면 몇시간 안에 효과를 내는 두통약과 달리 상담도 한두번 하고나면 마음의 고통을 없애주면 좋을텐데, 그런 경우는 드문 것 같습니다. 꽁꽁 묶어두었던 고통을 조금씩 풀어내고 정리해내는 과정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디기도 합니다. 하지만 '나아지기' 위해서 필요한 과정들이지요. 말이야 간단하지만 어려운 일입니다. 용기와 힘과 인내가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 용기와 힘, 인내할 수 있는 원천은 결국 상담자와 내담자의 관계에서 옵니다. 더 나은, 더 좋은 삶을 살기 위해 자신의 고통과 어려움을 꺼내는 내담자의 용기에 응해서 상담자도 내담자를 이해하기 위해, 고통을 함께 하기 위해 함께 인내하고 노력합니다. 이 둘의 협력은 양쪽 모두에게 힘이 되지요. 여기까지 생각해보면 "상담을 하면 정말 좋아지는 지?"의 또 다른 답은 "당신과 상담자가 함께 노력을 기울이는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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