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잡음(heart murmur)이란 심장이 몸이나 폐로 혈액을 짜내는 펌프로서의 역할을 하거나 혈액이 심장에 채워질 때에 나는 소리를 말하며 이 혈류가 심장판막이나 혈관을 지나갈 때에 간혹 유난히 소란스러운 소리가 나서 청진기로 들리게 될 때에 이를 심잡음이라고 합니다. 그러므로 심잡음 자체를 병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심장에 어떤 이상이 있다는 신호가 될 수 있으며 따라서 심잡음이 정상에서보다 크게 들릴 때에는 일단 자세한 진찰과 검사가 필요하며 심잡음의 강도, 특징, 잡음이 들리는 위치, 시기, 기간 등으로 심장병의 유무와 심장병의 종류를 판단하게 됩니다. 대부분의 경우 아주 크지 않은 심잡음은 심장의 구조적인 결함과 관계가 없는 경우들로써 정상인에게서 들리는 이러한 심잡음을 "기능성 심잡음 또는 무해성 심잡음 (functional murmur; innocent murmur)"이라고 부르며 많은 아이들에서 조용한 상태에서 누워 있을 때 자세히 청진을 해보면 들립니다. 이 기능성 심잡음은 심장을 통과하는 정상적인 혈액의 흐름에 의해서 들리는 소리이므로 어린이에서 특히 잘 들리는 이유는 어린이는 성인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많은 혈류가 비교적 빠른 속도로 심장과 혈관을 흐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기능성 심잡음 이외에 실제로 병적인 상태에서 들리는 심잡음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흔히들 심잡음이 클수록 병이 심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항상 맞는 것은 아닙니다. 즉 선천성이나 후천성으로 판막이 좁아진 경우나 혈관이 좁아진 경우에는 심잡음이 크게 들릴수록 협착이 심한 것이 사실이나, 이와 반대로 즉 판막의 협착이 너무 심해서 완전히 막힌 경우에는 심잡음이 전혀 들리지 않습니다.

또한 선천성 심장병중 가장 흔한 종류인 심실 중격 결손증 (Ventricular septal defect, VSD)의 경우에서는 심실 중격 결손증의 구멍이 크면 클수록 양쪽 심실간의 압력 차이가 없어지면서 심잡음은 오히려 작아지고, 반면 구멍이 점차 막혀 이 구멍을 통과하는 혈류의 양이 적어지고 혈류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심잡음은 오히려 커집니다. 이는 큰 강물에서는 물 흐르는 소리가 크게 나지 않으나 좁은 계곡에서의 물 흐르는 소리는 매우 시끄러운 것과 같은 이치로써 수술이 필요 없는 작은 심실 중격 결손증을 가진 어린이의 부모가 심잡음이 없어지지 않는다고 조바심 하면서 애태우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데 이러한 이치를 이해한다면 심잡음 자체만 가지고 그렇게 걱정을 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나아가서 신생아나 영유아를 주로 다루는 소아과, 산부인과, 가정의학과의 의료인들이 꼭 염두에 두어야 할 매우 중요한 사실은 신생아나 영유아에서의 매우 심각한 선천성 심장 기형, 이중 특히 응급처치와 수술이 필요한 종류인, 심장 판막이 완전히 막혔거나, 폐동맥 고혈압이 매우 심한 복잡 기형인 경우에서는 심잡음이 아예 들리지 않거나 매우 약하게 들리므로 심장병의 진단이 안되거나 늦어져서 적절한 수술 시기를 놓쳐서 제대로 치료도 받아보지 못하고 사망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그래서 심잡음 하나만 가지고 심장병의 유무를 판단해서는 안되며 특히 청색증이 있거나 폐부종 등 전신 상태가 나쁜 신생아, 영유아에서는 심잡음의 유무와 관계없이 항상 선천성 심장 기형, 특히 응급처치가 필요한 선천성 심장병을 생각해야 합니다.